앞서 도심과 외곽을 빠르게 이어주는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철도를 살펴봤는데요. 오늘(9일)은 땅 속 깊숙이, 무려 50m 아래에서 달리는 러시아의 대심도 지하철을 가보겠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곳곳을 둘러봤습니다. 이미 1930년대 스탈린의 지시로 모습을 완전히 갖춘 러시아의 지하철. 한 시대를 옮겨 놓은 듯 웅장한 내부에 압도되고 땅 속 깊은 곳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이 곳 지하철들이 대심도에서 운행되는 데는 전쟁을 대비해 지어진 탓도 있지만, 암반이 약한 이유가 가장 큽니다. "저는 지금 모스크바의 한 지하철 역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 지하철은 땅 속 깊이 평균 70m, 최대 84m 아래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지하철 176개 중 가장 깊다는 파르크파베디 역. 승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탔더니 아찔할 만큼 가파른 경사를 끝없이 내려갑니다. 길이만 무려 126m, 내려가는데만 3분 남짓 걸립니다. 모스크바 위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또 다른 지하철 역도 비슷합니다. 늪지대가 많아 지하 깊이 파고 들었고, 특히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바강 옆의 역들은 60m까지 더 깊게 팠습니다. 이렇다 보니 안전성이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루젠코 제니스 블라지미로비치 / 상트페테르부르크 메트로 부사장 "이 곳은 강과 운하가 많아 위험이 있는데 대심도로 건설하면 오히려 물이 안 들어오고 방수 처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화재나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발생하더라도 (구조 시스템으로)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한다." 사고가 잦은 에스컬레이터 등에 구조 시스템을 갖췄고, 역 승강장에 레이저 화재 감지 시스템도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찌감치 환기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환기 구조가 탁월한 모스크바 경우만 보더라도 주환기구가 460개, 바깥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구가 노선 12개마다 있습니다. 자기 차를 모는 것만큼이나 쾌적하다 보니 시민들의 이용률도 높습니다. 빅토르 (41) / 승객 "손쉽고 안전한 교통수단이라 거의 지하철을 이용한다. 페테르부르크는 교통 혼잡이 심해 차 모는 사람도 그냥 지하철 타는 경우 많다." 현재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도 러시아에서처럼 40m 아래에서 달리게 할 계획입니다. 안전하게 짓는 데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다지만 깊어질 경우 편의성이 관건입니다. GTX가 성공하기 위해선 설계에서부터 승강장까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환승을 편리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성도 여전히 숙제로 남습니다. 러시아나 프랑스처럼 수도권 광역교통행정체계가 없는 한, 비용이나 재원 문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벌써부터 수도권 집중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WOW-TV NEWS 이지은입니다. 이지은기자 luvhyem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