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마른 꼭지는

단감의 배꼽이다.

단감 꼭지 떨어진 자리는

수 만 봄이 머물고

왈칵,우주가 쏟아져 들어온 흔적,

배꼽은 돌아갈 길을 잠근다.

퇴로가 없다.

이 길은 금계랍 덧칠한 어매의

젖보다 쓰고 멀고 험하다.

상처가 본디 꽃이 진

자리인 것을,

-장석주 '단감'전문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매달려 있는 단감.그게 작은 별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한 적이 있다. 어릴 적이다. 더위를 보약삼아 단감이 토실토실 속살을 채워나갈 때면 동무들과 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지어나갔다.

단감에서 우주를 발견한 멋드러진 시가 잠자던 동심(童心)을 깨웠다. 시인은 단감의 마른 꼭지가 우주와 소통하는 창구지만,돌아갈 길을 꽁꽁 틀어막는 배꼽이라고 읊고 있다.

나는 몰랐네.노오란 단감의 빛나는 맛의 비결이 본디 꼭지에 숨어 있다는 것을.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