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는데 놀라운 기사를 봤다. '금호,대우건설을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

3년 전 승자의 환호를 부르던 금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3년간 금호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에만 무려 10조원을 써가며 그룹의 몸집을 불려 재계 8위에 올랐다. 하지만 금호의 무리한 M&A(인수 · 합병)는 '승자의 저주'로 끝났다. M&A 비용의 절반이 빚이었다고 한다.

성장에 대한 희망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이 실패로 끝난 케이스는 금호만이 아니다. GE,코닥,모토로라,제록스,페덱스,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조차 똑같은 실패를 경험했다. 1986년 코닥은 오늘날 디지털카메라의 핵심인 작동 센서를 최초로 생산했지만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초기 경고 신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고 디지털 기술의 공격에 대비하지도 않았다. 과거의 기술에서 창출된 이윤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기를 원했고 새로운 기술의 확산 속도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코닥은 필름을 대체하기보다는 필름을 확대하는 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디지털 세상에 대해 준비를 하기는커녕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이번 금호 사태를 보면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려 큰 호응을 얻었던 논문 <기업이 크게 실패하는 7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이 논문은 25년간 750개의 기업 실패 사례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실패를 답습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런데 이번에 《위험한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기업이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실패 패턴 7가지를 제시하면서 패턴별로 3~4가지 중요한 실패 요인을 끄집어내고 있다.

책에는 성공에 도취한 기업이 절대 못 보는 실패 패턴이 제시돼 있다. 첫 번째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환상이다. 기업들은 시너지 전략을 쓰면 1+1=3이 된다고 믿지만 1+1=0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두 번째는 첨단 금융 기법의 덫이다. 숫자를 속여 흑자를 내면 일시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원인이다. 세 번째는 맹목적인 기업쇼핑 '롤업'이다. 무리한 짝짓기는 규모의 비경제성을 초래해 적자만 안겨준다. 네 번째는 변화를 거부하고 주력 사업만 고수하기다. 위에 설명한 코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죽어가는 사업모델과는 빨리 결별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내실 없는 인접사업 진출이다. 핵심시장과 인접시장 사이에 공통점만을 쳐다봐서는 안 된다. 여섯 번째는 시장성 없는 첨단기술에 몰입하는 것이다. 시장성을 무시한 모토로라의 이리듐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일곱 번째는 무모한 몸집 불리기다. 산업이 성숙하면서 수익이 감소하면 기업은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 숨겨진 문제를 소홀히 넘긴 무리한 통합은 기업을 두 배 빨리 몰락시키는 지름길이다.

책값은 2만원도 안 되지만,교훈의 값어치는 10조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실패'라는 단어에 두려움이 많은 한국 기업들에 역사에서 미래를 내다보듯 실패한 기업을 통해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데본 리 전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