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재시장에서 구리(전기동) 가격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이 때문에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재고 비축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전일대비 155달러(1.81%) 급락한 t당 4725달러로 지난 2주간 최저 가격을 기록했다. 재고량은 575t 줄어들었다. 지지선(4560달러)과 저항선(4880달러)의 변동폭이 상당히 큰 모습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6.65센트 하락한 파운드당 2.1590달러(t당 476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구리가격을 끌어내린 주된 원인은 올 초부터 상승세를 이끈 중국의 물자 비축이 사실상 '끝물'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9000달러 수준이던 구리 3개월물 값이 올 초 3000달러를 밑도는 등 원자재가격이 크게 내리자 중국은 국가물자비축국(SRB)을 통해 대규모 매집에 나섰다. 이 때문에 구리값은 지난달 11일 t당 5290달러까지 상승, 연내 최고점을 경신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물자 비축과 물가 상승(인플레)에 따른 우려가 겹치며 지난 2분기까지 오름세를 보였던 구리값이 최근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지표 악화로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미국 달러화의 주요통화 대비 가치가 강세를 보여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현재 국제 비철금속 시장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해외 상품선물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최대 10만t에 달하는 구리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가 관장하는 창고에서 LME 창고로 이동 중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소문대로라면 현재 중국에서 이동 중인 구리는 펀드업체 등 투기세력이 소유하고 있으며 LME에는 약 한 달 후 도착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중국의 재고 비축이 끝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투자은행인 UBS도 아시아의 구리 수입이 재고 초과로 올 하반기 약 6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선물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구리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부진했는 데도 값이 연초대비 60%가량 폭등한 주된 원인이었던 '중국의 매수세'가 실질적으로 끝났다"며 "현재 이동 중인 구리는 그동안 중국이 비축했던 물량을 시장에 다시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의 단기적인 움직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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