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네 탓' 공방..생산손실만 2천억원 육박
협력업체들 "조금씩 양보해 공생의 길 찾아야"


쌍용자동차 노조의 점거 파업이 9일로 50일째를 맞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가 한때 '조건없는 대화'를 재개하며 극적 합의의 기대감도 갖게 했지만 지난달 노사간 충돌 이후 대화는 단절된 상태다.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회생계획안을 내보지도 못하고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협력업체마저 연쇄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 노사 '네 탓' 공방..대화 단절 = 정리해고 문제로 악화일로를 치닫던 노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이틀 사이 100여명이 부상하는 충돌 이후 사실상 대화를 끊었다.

앞서 노조의 점거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로 공권력 투입설이 나돌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달 18일 유혈 충돌의 위기에서 벗어나며 재개한 '조건없는 대화'에서 아쉽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이같은 상황을 예고했다.

사측은 ▲200명 무급휴직 ▲450명 희망퇴직 ▲320명 분사 및 영업직 전환이라는 해고자 최소화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정리해고가 전제된 제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6일 회사 파산을 우려한 '비해고' 임직원들이 공장에 진입하며 우려했던 노사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지만 다음날인 27일 사측의 철수로 일단락돼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이틀간 양측에서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폭력시위를 벌인 혐의로 쌍용차 노조원 1명과 외부인 1명이 구속되는 등 갈등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 피해 눈덩이..생산손실만 2천억원 '육박' =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달 쌍용차 판매량은 내수 197대, 수출 20대 등 모두 217대로 지난해 6월과 비교해 92.4%나 감소했다.

사측은 노조의 점거파업으로 지난달 말까지 차량 9천1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천99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노사는 자신들의 논리대로 각자 갈 길을 갔다.

사측은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등 62명을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고소했고 노조 간부 190명에 대해 50억 손배소를 제기하는 등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제시했던 정리해고 회피 최종안도 철회했다.

하지만 파업을 풀고 나오는 노조원들에게는 희망퇴직 기회를 주기로 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사측의 조치에 맞서 노조도 경비업체를 고용해 폭력을 휘둘렀다며 사측 법정관리인과 경비업체 대표 를 경비업법 등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폭력사태 이후 경찰관 2천여명을 평택 공장 주변에 배치해 외부인 출입을 차단했고 법원은 사측이 낸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노조에 퇴거명령을 내리고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갔다.

협력업체 300여곳도 어쩔수 없이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다.

부도 처리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들마저 나오고 있다.

협력업체들도 조만간 쌍용차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협력업체들은 "노사가 한 발 양보를 통해 모두가 사는 공생의 길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회생절차' 가기전 '파산 우려' 증폭 = 법원은 노조의 점거파업이 쌍용차의 기업가치 산정에 미치는 영향을 재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생절차 진행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됐던 삼일회계법인의 기업가치 조사 결과가 파업 손실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파업 전인 5월 6일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3천276억원으로 청산가치 9천386억원보다 3천890억원이 많은 것으로 산정했지만 파업으로 1천990억원의 손실이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또 당시 조사결과는 회사가 구조조정 및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산업은행 등이 2천500억원 규모의 신차 개발비를 추가로 대출해 주는 것을 전제로 했으나 이런 회생을 위한 조치들이 한가지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원이 9월 15일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에 법정관리를 중단하고 파산을 선고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노사는 "파업이 계속되면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양보로 공생의 길을 찾으라"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문제 해결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press1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