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점령한 국내 패스트패션 시장에서 한국형 SPA 브랜드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르샵 · 플라스틱아일랜드 · 코데즈컴바인 등 토종 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한계점을 간파하고,체질을 개선해 역습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에서 르샵의 2분기(4~6월) 월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7% 늘었고,플라스틱아일랜드가 30.7%,코데즈컴바인은 48.0% 각각 증가했다. 이들 브랜드의 선전으로 영캐주얼군 매출이 16% 이상 늘어 남성복(-6.8%)과 여성정장(-5.8%)이 역신장한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숩 · 코데즈컴바인 · 쿠아 · 르샵 등 토종 SPA 브랜드들이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토종 SPA 브랜드들이 한국인의 체형과 감성에 맞는 '한국형 스타일'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 지난해부터 자라 · H&M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지만 몇 가지 한계를 노출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파티복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의상,과도한 노출 스타일 등 국내 트렌드와는 이질적이다. 또 S(스몰) · M(미디엄) · L(라지) 등 글로벌 사이즈로 나와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44 · 55 · 66 · 77 등 한국인 체형에 맞는 사이즈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플라워프린트 원피스,초미니 스커트,레이어드 룩 등 한국 소비자 눈높이와 유행에 맞춘 아이템들을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플라스틱아일랜드는 빠른 상품 회전을 위해 15~20%에 불과하던 국내 생산 비중을 최근 85%로 대폭 높였다. 디자인을 결정해 한 달이면 매장에 제품을 전시하고,인기 상품을 추가 주문하면 일주일 내 채우는 시스템이다.

디자인 다양성에서도 이제는 토종 브랜드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성복은 한 시즌에 보통 300가지 스타일의 제품을 내놓지만 이들은 600가지 스타일을 기획해 주 단위로 신상품을 출시한다는 것.이를 위해 르샵은 올초 디자인실 인원을 30명으로 늘렸다. 이는 기존 패션 브랜드 디자인실 인력보다 세 배나 많은 수준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