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0여개의 민생 · 경제법안 처리를 내걸고 지난달 25일 6월 임시국회(회기 30일)를 단독 소집했지만 반환점을 눈앞에 둔 7일 현재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처리는커녕 국회 자체가 정상적으로 열리지도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쟁점법안의 본회의 처리 'D-데이'는 15일이 유력하다.

◆6월 국회 보름 동안 '헛바퀴'만

국회 의안과에는 이날 3388건의 법률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 있다. 이 중 560건은 지난 4월 임시국회 폐회 이후 제출됐으나 6월 국회가 소집 이후 보름 동안 헛바퀴만 돌다 보니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일부 상임위가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심의활동만 했을 뿐 전체회의 의결 실적은 '제로(0)'다.

비정규직법의 경우 해고 대란을 막기 위해선 지난달 30일이 처리 시한이었으나 여야 간 핑퐁게임으로 무산됐다. 미디어법 역시 '4자회담(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간 협의체)'이냐 '6자회담(선진과 창조의 모임까지 포함)'이냐를 두고 설왕설래만 있었을 뿐 정작 내용에 관한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 강공모드로 선회

민주당과의 협상이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판단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직권상정을 포함한 법안 강행처리에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나쁘다는 전제로 말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도 분위기 조성과 동시에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일할 수 있는 국회라는 걸 보여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공개적인 자리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청을 공언했다.

이에 김형오 국회의장은 "형식과 절차,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여야 협상과 국회 정상화는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중앙홀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농성 즉각 중단 및 자진 철수를 공식 요청했다. 허용범 대변인은 "국회의 장기 공전사태를 막기 위해 의장이 모종의 결심을 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D-데이는 '15일'이 유력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될 경우 한나라당이 15일에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쟁점법안을 일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법 등 미디어법 관련 논의에 속도를 붙여 13일까지는 상임위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합의한 '세종시 특별법'을 14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쟁점법안을 13~14일에 '각개전투식'으로 상임위를 거치게 한 뒤 처리가 막힌 법안을 직권상정으로 합류시켜 15일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 등 추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현/구동회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