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인물탐구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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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ㆍ동방신기로 '보는 음악' 시대 열고
'보아' 앞세워 미국 팝 시장까지 넘본다
"아시아가 미국 ·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다면,세계 최고의 스타는 아시아에서 탄생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프로듀서들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스타와 음악을 개발하는 날이 올 거다.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서울 청담동 본사를 방문한 CNN,US투데이 등 미국 7개 미디어 기자들에게 이 같은 비전을 밝혔다. 미국 기자단은 3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주류 시장에 정규앨범을 낸 '보아'의 발굴 시스템을 취재하기 위해 이 회장을 찾았다. 미국 기자들은 일본 시장을 평정하고 미국 시장까지 넘보는 '보아'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방신기''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을 키워낸 비결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말 H.O.T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현지 언론이 '한류'(韓流)란 단어를 처음 쓰게 만든 주역이다. 이 때문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MBA 학생들도 2006~2008년 3년 연속 SM 본사를 방문해 이 회장으로부터 '한류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들었을 정도다.
서울대 농기계학과 출신으로 1970년대 가수와 MC로 활동한 이 회장은 1981년 미국 유학(캘리포니아 노스릿지 주립대 엔지니어링 석사)을 다녀오면서 인생의 궤도를 수정했다. 그는 1980년대 초 미국에 뮤직 전문채널 MTV가 개국한 것을 보고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화할 것을 예감했다고 한다. 귀국 후 1989년 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SM기획을 설립해 춤과 노래를 함께하는 댄스 가수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H.O.T가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당시 20대 중심이던 가요 소비층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로써 그는 음악계의 파워맨으로 부상했다.
그는 흔히 '비전과 도전의 경영자'로 불린다. 우물 안에 갇혀 있던 가요를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고 해외 시장에 수출한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고의 스타는 최대의 시장에서 탄생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무모한 듯싶었던 그의 비전들은 작은 실패들을 딛고 큰 성공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올 1분기 SM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144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18억원,당기순이익 2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적자 늪에 빠져 있는 다른 기획사들에 비해 양호한 실적이다. 각국에서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의 음원과 음반 매출이 활기를 띤 게 주효했다.
그의 도전적인 면모는 사업다각화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가을,압구정동에 5층 건물을 임대해 에브리씽 노래방을 열었다. 단음 멜로디 반주를 적용한 기존 노래방과 달리 원곡의 반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특징.일반인들도 가수와 동일한 반주로 노래 부르도록 한 것이다. 100억원을 투자해 노래방 기계까지 만들어 보급에 나섰다. 작사 작곡가에게만 가던 노래방 음원 수입에서 제작사의 실연권도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노래방 빌딩 5층에는 한식 퓨전식당도 열었다. '음식 한류'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한류의 글로벌화'란 비전을 실천할 때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모험적인 방법들을 선택했다. '보아'는 일찌감치 현지인처럼 훈련돼 데뷔 당시 일본인들이 자국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보아의 노래와 춤 등 제작 부문은 SM이 맡고,유통과 마케팅은 일본의 대형 업체 에이벡스가 떠맡는 방식이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프로듀싱까지 현지인에게 맡겼다. 그는 항상 양측의 강점을 살린 현지화 전략으로 '윈윈'하는 방법을 추구해왔다.
'슈퍼주니어' 멤버 중 한경은 중국인이지만 이 회장이 한국에 데려와 키운 재목이다. 한경은 지난해 말 중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타 설문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덩달아 슈퍼주니어의 명성도 솟구쳤다. '동방신기'는 애초부터 중화권을 겨냥해 이 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그는 한류의 글로벌화에 성공하려면 단순히 콘텐츠(가수)를 수출하는 단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아의 사례처럼 현지 업체들의 강점을 살린 합작 프로듀싱,한걸음 더 나아가 자본을 공동 출자한 합자(合資)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1,2위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기득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신흥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들과 공동 출자한 합자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해외 진출의 선결 조건은 창조적인 콘텐츠 제작이란 사실도 누누이 강조한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지금은 문화의 시대,콘텐츠의 시대를 넘어 '콘텐츠 프로듀싱의 시대'"라며 "창조적인 조직과 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인물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각 파트에서 창의성을 강화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국내 처음으로 스타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 등 4단계의 전문가 시스템이 그것이다. 그는 가수의 이름을 짓고 컨셉트와 스타일 등을 기획하고 해외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일에 집중한다. 말하자면 큰 그림만 그린 뒤 세부 그림은 단계별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가수들의 노래를 작곡해 안무까지 직접 지도하는 박진영과는 이점에서 약간 다르다.
이 회장은 '타이밍'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데,소통이 '굿 타이밍'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임원이 아닌 평직원들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나 아이디어를 직접 회장에게 보고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또 직급 대신 '님'자로 호칭을 통일시켜 수평조직을 구축했다. 스스로도 젊은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문자 메시지의 이모티콘을 사용할 정도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보아' 앞세워 미국 팝 시장까지 넘본다
"아시아가 미국 ·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다면,세계 최고의 스타는 아시아에서 탄생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프로듀서들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스타와 음악을 개발하는 날이 올 거다.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서울 청담동 본사를 방문한 CNN,US투데이 등 미국 7개 미디어 기자들에게 이 같은 비전을 밝혔다. 미국 기자단은 3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주류 시장에 정규앨범을 낸 '보아'의 발굴 시스템을 취재하기 위해 이 회장을 찾았다. 미국 기자들은 일본 시장을 평정하고 미국 시장까지 넘보는 '보아'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방신기''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을 키워낸 비결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말 H.O.T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현지 언론이 '한류'(韓流)란 단어를 처음 쓰게 만든 주역이다. 이 때문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MBA 학생들도 2006~2008년 3년 연속 SM 본사를 방문해 이 회장으로부터 '한류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들었을 정도다.
서울대 농기계학과 출신으로 1970년대 가수와 MC로 활동한 이 회장은 1981년 미국 유학(캘리포니아 노스릿지 주립대 엔지니어링 석사)을 다녀오면서 인생의 궤도를 수정했다. 그는 1980년대 초 미국에 뮤직 전문채널 MTV가 개국한 것을 보고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화할 것을 예감했다고 한다. 귀국 후 1989년 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SM기획을 설립해 춤과 노래를 함께하는 댄스 가수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H.O.T가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당시 20대 중심이던 가요 소비층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로써 그는 음악계의 파워맨으로 부상했다.
그는 흔히 '비전과 도전의 경영자'로 불린다. 우물 안에 갇혀 있던 가요를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고 해외 시장에 수출한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고의 스타는 최대의 시장에서 탄생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무모한 듯싶었던 그의 비전들은 작은 실패들을 딛고 큰 성공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올 1분기 SM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144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18억원,당기순이익 2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적자 늪에 빠져 있는 다른 기획사들에 비해 양호한 실적이다. 각국에서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의 음원과 음반 매출이 활기를 띤 게 주효했다.
그의 도전적인 면모는 사업다각화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가을,압구정동에 5층 건물을 임대해 에브리씽 노래방을 열었다. 단음 멜로디 반주를 적용한 기존 노래방과 달리 원곡의 반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특징.일반인들도 가수와 동일한 반주로 노래 부르도록 한 것이다. 100억원을 투자해 노래방 기계까지 만들어 보급에 나섰다. 작사 작곡가에게만 가던 노래방 음원 수입에서 제작사의 실연권도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노래방 빌딩 5층에는 한식 퓨전식당도 열었다. '음식 한류'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한류의 글로벌화'란 비전을 실천할 때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모험적인 방법들을 선택했다. '보아'는 일찌감치 현지인처럼 훈련돼 데뷔 당시 일본인들이 자국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보아의 노래와 춤 등 제작 부문은 SM이 맡고,유통과 마케팅은 일본의 대형 업체 에이벡스가 떠맡는 방식이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프로듀싱까지 현지인에게 맡겼다. 그는 항상 양측의 강점을 살린 현지화 전략으로 '윈윈'하는 방법을 추구해왔다.
'슈퍼주니어' 멤버 중 한경은 중국인이지만 이 회장이 한국에 데려와 키운 재목이다. 한경은 지난해 말 중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타 설문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덩달아 슈퍼주니어의 명성도 솟구쳤다. '동방신기'는 애초부터 중화권을 겨냥해 이 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그는 한류의 글로벌화에 성공하려면 단순히 콘텐츠(가수)를 수출하는 단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아의 사례처럼 현지 업체들의 강점을 살린 합작 프로듀싱,한걸음 더 나아가 자본을 공동 출자한 합자(合資)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1,2위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기득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신흥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들과 공동 출자한 합자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해외 진출의 선결 조건은 창조적인 콘텐츠 제작이란 사실도 누누이 강조한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지금은 문화의 시대,콘텐츠의 시대를 넘어 '콘텐츠 프로듀싱의 시대'"라며 "창조적인 조직과 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인물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각 파트에서 창의성을 강화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국내 처음으로 스타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 등 4단계의 전문가 시스템이 그것이다. 그는 가수의 이름을 짓고 컨셉트와 스타일 등을 기획하고 해외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일에 집중한다. 말하자면 큰 그림만 그린 뒤 세부 그림은 단계별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가수들의 노래를 작곡해 안무까지 직접 지도하는 박진영과는 이점에서 약간 다르다.
이 회장은 '타이밍'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데,소통이 '굿 타이밍'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임원이 아닌 평직원들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나 아이디어를 직접 회장에게 보고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또 직급 대신 '님'자로 호칭을 통일시켜 수평조직을 구축했다. 스스로도 젊은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문자 메시지의 이모티콘을 사용할 정도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