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세계에도 비과학적인 믿음이 있다. 과학자들은 한 실험에 아주 오랫동안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우연한 발견'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우연한 발견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른다.

실제 그런 경우가 많다. 플레밍은 배양 실험을 하다가 푸른 곰팡이를 잘못 넣는 바람에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됐다. 황을 녹이다가 실수로 고무 위에 황을 쏟았던 찰스 굿이어는 덕분에 합성고무 제조법을 찾았다.

과학사에 획을 긋는 획기적인 발명들이 세렌디피티인 경우가 많다보니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과학세계에도 있는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보면 이런 믿음이 정말 필요한 곳이 바로 비즈니스 세계다. 사람이야말로 한명 한명이 예측할 수 없는 존재 아닌가. 기업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소비자들의 행동에서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새로 임명된 초보 사장들에게 지난 상반기는 지옥이었다. 망신스러울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장이 되면 해보려고 했던 원대한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고,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아 불안할 뿐이다.

그러나 초보 사장들이여,신념을 잃지 마라.당신이 생각하는 그 계획을 믿고 실천하고 또 실천하라.대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세렌디피티'가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과 비슷한 뜻이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시하지 않을 수 있어야 우연한 발견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실패했는지,어떤 가정이 잘못됐는지를 추적하며 분석하라.고객이 오지 않는 이유도,우리 상품이 팔리지 않는 이유도 당신이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그 미세한 점에서 '우연한 발견'이 있을지도,그래서 귀사에 대박이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실패한 접착제를 갖고 '포스트잇'이란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만든 3M을 떠올려 보라.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