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무 문화재청장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고고학자로서 한반도 청동기 문화 연구의 권위자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의 친동생이며 한국 고대사의 태두로 통하는 이병도(1896~1989) 박사의 손자인 그는 대학(서울대 고고인류학과) 졸업 후 1973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 근무를 시작으로 평생을 '박물관 맨'으로 살았다.

고고학자로서 전국의 발굴현장을 누볐고,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과 국립광주박물관장,중박 고고부장과 학예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그래서일까. 이 청장은 관료라기보다 학자적 인상과 분위기에 더 가깝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실제로도 조용하고 꼼꼼한 성격의 선비풍 학자다. 웬만해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고,신중하고 겸손해서 적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박물관에선 꼼꼼한 업무스타일로 정평이 났고,때론 '고집불통'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소신이 강했다. 특히 중앙박물관의 용산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면서 관리자로서의 능력도 검증받았다. 그는 2003년 4월 개방직으로 전환된 중앙박물관의 첫 수장이 된 이래 2006년 8월까지 차관급의 관장으로서 박물관 이전을 진두지휘했다. 또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박물관대회 2004'를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유치해 한국 박물관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관장 퇴임 후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로 일하던 그는 지난해 3월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물러난 유홍준 전 청장의 후임으로 발탁돼 문화유산을 관장하는 양대 국가기관의 수장을 모두 맡은 첫 번째 인물로 기록됐다. "숭례문 화재 사건 수습만 되면 금세 떠날 줄 알았는데 자리가 길어지고 있다"는 그는 "퇴임하면 박물관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