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이 강남권과 강북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대세 상승이라고 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불붙기 시작한 집값 불안이 수도권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실수요자들은 초조해하면서 내집 마련에 나서야 할 때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의 나찬휘 팀장(46)은 "가격이 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권과 과천 등 인기 지역에서 주택을 장만하려면 올 하반기가 적당하며 그 외 지역은 내년 상반기를 염두에 둬도 좋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서울 강북권에서는 여전히 집값이 떨어지는 곳이 있는 등 시장이 철저히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집값이 내년 상반기까지 2006년 수준의 전고점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집값 상승 추세와 경기회복 기대감 등을 감안할 때 1년정도면 전고점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나 팀장은 실수요자라면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내집 마련에 나설 것을 충고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다 경제회복 심리가 겹쳐 일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처럼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이 단시일 내에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도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 팀장은 "강남재건축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면서 "집값이 예년 수준을 되찾고 있는 아랫목은 강남 · 서초 · 송파구 등 강남 3구와 과천,분당 등 수도권에서도 전체의 10% 미만이며 다른 곳은 아직 차디찬 냉골이 빠지지 않은 웃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강보합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가격 상승이 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의 집값이 급등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나 팀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는 13개월간 크게 하락했던 아파트 가격이 이후 18개월간 다시 급격히 상승했다"면서 "이번에는 하락기간이 6개월로 짧았고 하락폭도 작아 당시와 같은 잣대로 분석하는 것은 무리"고 지적했다. 나 팀장은 특히 "유럽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이 다시 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나 팀장은 앞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금융규제를 꼽았다. 그는 "2006년 말 본격 도입된 금융규제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2년간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가수요는 물론 실수요자에게도 아직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올해 말이나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뚜렷해지더라도 집값이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금융당국이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LTV DTI를 유지하거나 적용지역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고,정부 역시 금융규제를 포함한 사전 대응이 가능해 인플레이션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을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나 팀장은 수급이 악화되면서 오르고 있는 전세가격이 서울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올해와 내년 서울지역의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이 최근 10년 연평균 물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물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전세가격 상승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처럼 전세가율(전세가 대비 매매가)이 올라가면 매매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수요자들에게 "집을 살 때는 민감한 경기 움직임에 휩쓸리기보다는 개인의 재무상황과 부채상환 능력 등을 감안해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일부 집값 오름세가 나타난다고 과도한 대출을 끼고 집을 살 경우 금리상승이나 집값 하락 등에 따라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미분양으로 공급이 크게 위축된 만큼 2~3년이 지나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그 이후에는 가격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나 팀장은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의 전신인 주택은행 조사부와 경제연구소에서 1990년부터 7년간 부동산 관련 연구에 종사했다. 주택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된 1997년부터 본점 리스크관리 본부와 지점으로 순환근무를 하다 2007년 말부터 부동산연구소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글=노경목/사진=허문찬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