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배치(MD)에는 '화장품=1층'이란 공식이 있다. 의류와 달리 작은 매장 규모로도 높은 매출을 올릴 뿐 아니라 구매 주기도 의류보다 짧아 집객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일부 백화점들은 이런 화장품의 집객효과를 다른 매장으로 이끌기 위해 남성복 매장에 남성 화장품을 넣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지난 5월 리뉴얼을 통해 1층 화장품 매장(28개 브랜드) 외에 2층 명품관에 수입 화장품존(16개 브랜드)을 따로 마련해 눈길을 끈다. 화장품 매장을 2개로 분리해 놓은 까닭은 뭘까. 더 많은 VIP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신세계가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한 결과,화장품 고객은 브랜드 충성도가 타 브랜드에 비해 높을 뿐더러 고급 화장품과 명품의 연관 구매효과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또 신세계 강남점에서 VIP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입구는 2층 명품관으로 통한다. 이에 따라 VIP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만 따로 모아 2층에 327㎡ 규모로 수입 화장품존을 구성한 것이다.

강남 VIP들이 선호하는 16개 화장품 리스트에는 어떤 브랜드들이 포함됐을까. 스위스퍼펙션,끌레드뽀 보떼,디올,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스메틱,코스메데코르테,샹테카이,달팡,딥티크(여성),크리드,스킨랩플러스(미국 화장품 편집숍),네츄라비세,가네보,에이솝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살롱 드 디올'과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스메틱' 매장이다. 이들 매장은 판매는 물론 피부관리실을 따로 마련해 VIP에게 프리미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살롱 드 디올'은 47.85㎡ 규모로 다른 매장에 비해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1층에도 매장을 운영하지만 이곳에선 VIP 고객이 쇼파에 앉아 1 대 1 상담을 받으며 프리미엄 제품을 사고 고급 스킨케어도 받을 수 있다. 허창영 신세계 강남점 명품팀장은 "이들 매장은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이들 매장의 객단가(1인당 구매액)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세 배가량 높고,고객이 매달 10%가량 늘고 있다는 것.하지만 16개 브랜드 중 국내 브랜드가 단 하나도 없는 점은 아쉽다. 일부 국내 화장품이 백화점 화장품 매출 상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라고는 하지만 아직 강남 VIP에게는 그다지 큰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 듯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