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실 금융사들이 잇따라 합병을 선언하는 등 금융계에 구조개편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한 금융사들의 '스몰 뱅(Small Bang)'이다.

하위권 은행인 신세이은행과 아오조라은행은 경영난 타개를 위한 자구책으로 내년 10월 대등 합병하기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두 은행이 합치면 총자산 18조엔(약 235조원) 규모로 일본 내 6위 은행이 된다. 3월 결산법인인 신세이와 아오조라은행은 과도한 해외 투자로 40억엔의 손실을 입은 게 화근이 돼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냈다. 때문에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을 상환할 길도 막막해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두 은행은 합병과 동시에 지방은행과도 제휴해 일본 국내 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고객 기반 다지기에 나설 방침이다. 해외에서 추진해온 투자은행 업무는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기업금융이 주력인 두 은행은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 이후 금융위기로 1998년 파산한 뒤 일시 국유화를 거쳐 2000년 민영화됐다. 신세이은행은 일본장기신용은행,아오조라은행은 일본채권신용은행이 전신이다.

또 노무라홀딩스 계열의 노무라신탁은행은 미국 씨티그룹 계열 닛코씨티신탁은행을 사들일 계획이다. 매수금액은 200억엔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가 완료되면 노무라신탁은행은 투자신탁잔액 기준 약 11조엔의 일본 내 5위 신탁은행이 된다. 노무라홀딩스는 투신 관리 업무에 강점을 지닌 닛코씨티신탁을 사들여 신탁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닛코씨티신탁은 작년 말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250억엔에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닛코코디얼증권 매수에 실패함에 따라 지난 5월 닛코씨티신탁 매수 계획도 포기했다.

미쓰비시UFJ는 대신 모건스탠리와 북미 지역에서 기업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작사는 총 1000억달러 규모의 대출 자금을 조성해 일본 외 지역에서 금융상품 거래로 사업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미쓰비시UFJ는 현재 모건스탠리 지분 21%를 가진 최대주주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