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팬클럽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이끌고 있다. 음원과 음반을 적극 구매하는 것은 기본이고,기획사에 특정 스타일의 음반과 스타 관련 상품을 주문하는 '프로슈머'로 거듭나고 있다. 스타에 대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일반인들과 다른 방식의 소비 패턴을 드러내는 것이다.
스타의 비공개 사진 등을 담은 '소장용''한정판' 음반들이 대표적인 사례.지난 5월 가수 전진의 한정판은 발매 전에 조기주문으로 1만장이 매진됐다. 작년 LP판으로 특수 제작된 이효리 3집도 출시 전 1만장 이상 팔려 추가 제작됐다.
팬클럽 맞춤형 콘서트도 등장했다. 지난 4월 열린 '2009 신승훈 쇼'는 990명의 한정된 팬과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기 위해 마련한 무대였다. 티켓은 7만~13만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고 암표가 기승을 부렸다. 가수 김태우도 지난 5월 팬클럽 회원 300여명과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팬클럽을 겨냥한 마케팅은 음악 이외에 관광 금융 출판 뮤지컬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파워콘서트에서는 콘서트와 연계한 1박2일 코스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2PM,슈퍼주니어 등의 팬클럽 1000여명이 16만4000원짜리 상품을 구입했다. 지난 3월에는 영화배우 엄태웅,5월에는 가수 알렉스가 팬클럽 회원들과 일본 온천 투어를 다녀왔다.
신한카드는 서태지의 음반 재킷 이미지를 도입한 '서태지카드'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음원 서비스 사이트에서 매월 40곡을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서태지컴퍼니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구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등 서태지 팬을 위한 카드다. 4월 출시 첫날 팬클럽 회원 1800여명이 신청한 데 이어 두달 만에 5000장 이상 팔렸다.
올해 초 나온 빅뱅의 자기계발서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지금까지 40만부 이상 팔려 6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만부 이상만 팔려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속하는 최근 출판 경향에서 대박 상품이다. 오는 8월8일 개막되는 《세상에 너를 소리쳐》를 각색한 뮤지컬 '샤우팅'도 대박 조짐이다. 빅뱅의 대성과 승리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지난달 18일 1차 티켓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가수 타블로의 소설집 《당신의 조각들》도 팬들의 구매 행렬로 17만부 이상 팔렸다.
이렇게 팬클럽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3대 음악기획사인 SM,JYP,YG 등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사들은 팬커뮤티니팀,팬마케팅팀 등을 운영하며 새로운 팬클럽 문화에 대처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팬클럽을 만들어 회원을 공개 모집하거나,정기적으로 팬들과 만나 스타의 스타일을 논의하는 등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엔터테인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팬 관리가 아니라 스타 관리를 위해 팬클럽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30대 이상 이모팬과 삼촌팬을 확보하는 전략도 추진한다"며 "빅뱅의 '붉은 노을',소녀시대의 '소녀시대' 등은 과거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30~40대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강익모 부회장(서울디지털대 교수)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팬클럽 사이의 역학관계에서 팬클럽의 힘이 우위로 올라섰다"며 "디지털 환경이 강화되면서 팬클럽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