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분쟁 백화점'으로 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 아파트(서울 송파구 가락동 · 6924세대)가 재건축 마지막 단계에서 또다시 법정 다툼에 휘말렸다. 이에 따라 이미 입주가 이뤄진 잠실주공 저층 단지들보다 먼저 재건축에 나선 이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은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락시영아파트 범비상대책위원회 측 조합원 156명은 지난 26일 송파구청을 상대로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무효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범대위 관계자는 "조합 측이 재건축 규제 완화 전에 통과시킨 사업시행인가를 원천 무효화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범대위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해 7월 조합장 업무정지 가처분을 받아 낸 데 이어 같은 해 9월 예정됐던 관리처분계획 통과도 무산시켰다.

범대위 측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확실시되는 만큼 기다렸다가 사업 계획을 인가받자는 조합원 의견을 무시하고 조합 지도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여 금전적 · 시간적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재건축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4월 완화 이전의 규정을 적용한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바 있다.

범대위 측은 또 "2003년 1조200억원 수준이던 사업비가 2007년 3조500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사업 조건이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해졌다"며 "이런 조합을 믿고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범대위 측은 이와 함께 "조합 측이 이 같은 과실을 무마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반주거지역 종 변경(2종→3종)을 추진하면서 조합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가락시영 아파트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만큼 종 상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2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취지와 달리 용적률이 깎이고(265%→250%),층고도 종전 평균 19층에서 18층으로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3종으로 상향되면 층고 제한이 없어지고 용적률은 300%까지 올라가면서 882세대의 일반 분양분이 새로 생긴다.

다만 서울시는 다른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이 같은 종 상향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1995년 재건축추진위를 만들어 재건축에 나섰던 이 아파트는 조합추진위 난립,소송,추진위원장 비리 등으로 장기 표류하다가 2003년 현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바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