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이 연간 국내에 약 1000t씩 수입되는 무계목(無繼目)강관(Seamless pipe) 생산 및 수입 대체에 국내 최초로 나섰다.

강관 전문회사 카스코(대표 우태구)는 발전소나 정유,유화 공장에서 사용되는 크롬, 몰리브덴 합금 재질의 직경 18인치 이상 대형 무계목강관(용접을 하지 않은 강관)을 국내 최초로 생산한다고 29일 밝혔다.

무계목강관은 이음새가 없어 고온,고압 조건에서 액체나 기체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부품이다. 압연한 철판을 둥글게 말아 양 끝을 서로 녹여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일반 강관은 고온,고압 조건에서는 폭발하거나 이음새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찢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1000t가량이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된다.

회사의 주 생산품은 발전소 터빈 등에 흔히 쓰이는 직경 18인치에서 34인치의 대형 크롬몰리브덴 합금관이다. 현재 국내 일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무계목강관을 생산하고 있지만 최대 직경 4인치짜리 스테인리스나 탄소강관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스코는 대만의 기술을 도입해 응용한 고주파 열처리기에서 강괴나 직경 16인치 강관을 섭씨 750도 이상으로 가열해 사출하거나 일정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직경을 넓히는 독자적인 생산법을 쓴다. 통상 무계목강관은 덩어리 금속인 강괴를 용융점에 이를 때까지 가스나 석유를 원료로 쓰는 가열로에서 열처리한 뒤 프레스기에 밀어넣고 사출하는 방식으로 제조하는데 이를 만드는 설비를 마련하는 데만 평균 1조원가량이 들어 완제품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었다.

이에 비해 회사의 고주파 가열장치는 시설비가 가열로의 2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데다 전기를 연료로 사용해 완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회사 관계자는 "t당 가격이 수입산 제품의 6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품질도 뛰어나다. 원자력발전소용 배관부품으로 성능을 인정받아 유럽 품질인증 기준인 CE마크를 획득했을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초 미국 철강회사인 US Metal로부터 약 280만달러어치 주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대우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파주복합화력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했고 오는 7월에는 LG화학과 GS칼텍스에도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 유럽 및 일본에도 수출하기 위해 공급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주 규모는 총 900만달러 수준.회사 관계자는 "올해 약 3600t을 생산해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008년 6월 설립돼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우태구 대표는 "향후 3년 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무계목강관의 완벽한 수입 대체를 이루고 해외 수출도 대폭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천(경남)=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