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토니 모리슨의 인터뷰집.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의 생애 첫 인터뷰부터 타계 1년 전 남긴 마지막 인터뷰까지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총 여덟 편의 대화를 담았다. (이다희 옮김, 마음산책, 212쪽, 1만7000원)
일본 교토 시내는 오닌의 난(1467~1477)으로 대부분 불탔다. 이후 권력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재건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교토 풍경이 이때 만들어졌다. 교토는 원래 바둑판 구조였다. 한 블록이 정방형에 가까웠다. 문제는 길과 맞닿지 않는, 가운데 공간이 낭비된다는 점이었다. 도요토미는 정사각형 블록을 가로지르는 길을 새로 내도록 했고, 지금의 직사각형 블록이 됐다.<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는 ‘가깝고 먼 나라’인 일본의 도시와 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을 쓴 박진한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는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본 도시 13곳을 살핀다. 도시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일본은 실권이 없는 천황 대신 여러 무사 정권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이동하며 새로운 도시가 등장했다.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일본인에게 마음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아스카, 일본 최초의 도성인 후지와라경, 사슴 공원과 도다이사로 유명한 나라, 천년의 역사를 가진 교토 등이 그런 예다. 요코하마, 기타큐슈, 히로시마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국민국가의 수립, 산업화, 제국주의 팽창 그리고 2차 세계대전 패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흥망성쇠를 경험한 도시다.책은 일본 도시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통해 일본이라는 단일한 국가 내러티브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과 근대화의 양면성을 보여준다.임근호 기자
나무는 죽어서 ‘두 번째 삶’을 산다. <고목 원더랜드>를 쓴 일본 학자 후카사와 유는 고목(枯木)을 “수많은 객실을 갖춘 호텔”에 비유한다. 저자는 자기 집 마당에서 죽은 졸참나무를 사례로 든다.나무가 죽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건 균류와 곰팡이다. 흔히 버섯이라고 하는 곰팡이, 목재부후균은 나무를 분해한다. 나무에 자란 곰팡이를 먹기 위해 톡토기, 쥐며느리, 노래기, 진드기 등 곤충이 찾아온다. 이어 선충과 지렁이, 버섯을 먹는 다람쥐까지 온다. 나무가 분해되면서 습기를 머금으면 이끼 같은 하등식물이 자라기 시작하고, 분해가 더 진행되면 그 위에 대를 이을 나무가 자라난다.저자는 “고목이 사라지면 생물 다양성을 잃게 된다”며 “그중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고목에만 서식하는 어떤 균류가 암이나 감염증의 특효약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고목은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목은 분해되면서 리그닌 등의 성분이 토양에 남아 탄소를 저장한다. 고목은 천천히 분해되기 때문에 고농도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목질 바이오매스에 비판적이다. 목질 바이오매스를 태우면 삼림에 축적된 탄소가 방출되는 만큼 숲속 고목은 가능한 한 그대로 두고 자연스럽게 분해되게 하자고 주장한다.학술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동식물 스케치와 현장 관찰 기록이 실려 있어 글만 읽고 떠올리기 어려운 균류와 곰팡이, 곤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