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신학자들이 사람을 심판하고 벌하는 부성(父性)의 이미지보다 사랑으로 감싸고 보살피고 용서하는 모성의 이미지로 예수님을 해석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목회자와 교회들은 부성적 목회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단지 건물일 뿐인 예배당을 교회라고 부르면서 교회로 나오라,모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목회자가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야죠."

장로교합동연합이라는 신생 개신교단의 총회신학연구원 학장을 맡고 있는 이보관 목사(53 · 사진)는 이렇게 강조한다. 목사가 교회에 앉아서 사람을 불러모으고,설교를 통해 메시지를 선포하며,세미나와 부흥회 등 각종 집회를 갖는 등의 활동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다양한 기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따라서 건물 중심,메시지 중심,전체 중심의 부성적 목회에서 개개인을 적극적으로 보살피는 모성적 목회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목회란 사람을 돌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마음가짐으로 목회에 나서야 해요. 21세기 들어 '셀 미니스트리(cell ministry)'운동이 활발한 데,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머리로 만나는 것(설교)보다는 가슴으로 만나 마음을 주고받는 1 대 1 멘토링이나 상담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지요. 국가도 개별 가정 단위까지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 마당에 교회는 점점 대형화 · 물질화되면서 개인을 외면하고 있으니 큰 문제입니다. "

이 목사는 '모성목회'를 지향해야 할 근거로 마태 · 마가 · 누가 · 요한의 복음서를 든다. 이들 복음서에서 예수의 행적을 살펴보면 모성목회의 패러다임을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부성목회는 예배당에 사람을 불러모아 행사를 여는 고정목회인 데 비해 모성목회는 건물 없이도 사람을 찾아다니는 이동목회다. 또 부성목회가 전체를 향해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인데 비해 모성목회는 사람마다 그 마음과 형편을 살펴 1 대 1로 접촉하는 맞춤형 목회다. 또 부성목회는 내 교회만 유일한 것으로 여기고 가꾸는 데 비해 모성목회는 크든 작든,내 교회든 다른 교회든 동일한 교회로 보는 보편적 교회를 지향한다.

"모성목회의 입장에서 보면 교회의 크기와 신자 수를 성공의 척도로 삼고 이를 모델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 교회가 성장주의,성공지상주의로 달려온 결과 소외계층과 상처 입은 사람들을 제대로 어루만지지 못하고 '교회=기업'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겁니다. 예배당은 건물일 뿐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교회입니다. 대형 교회가 아니라 예수님이 모델입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다시 봐야 해요. "

이 목사는 "목사들 세계에도 계급이 있다"며 당회장,위임목사가 되려고 애쓰는 풍조를 비판한다. 또 은퇴한 목사들이 설교만 하지 말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고,위로하고,살아가는 모습을 살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담임목사 밑에 여러 명의 부목사를 수직적으로 거느리지 말고 작은 교회로 독립시켜야 모성목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입으로만 개혁과 갱신을 주장해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보편적 교회로 돌아가는 외에는 대안이 없으므로 성경에 입각해 작은 교회,건강한 교회를 일으키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해요. 교회가 크다고 대접받고 작다고 위축된다면 건강하지 않은 겁니다. "

이 목사는 1983년 목사 안수를 받고 개척교회 담임목사와 대형교회 부목사 등 다양한 목회를 경험했고,5년 전부터 '모성목회론'을 펴왔다. 또 모성목회의 필요성과 성경적 근거,적용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한 신간 《예수가 권하는 이 시대의 목회》(아름다운사람들)도 펴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