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대형 미국 은행들이 인재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에 대한 미 정부의 연봉제한이 유능한 인재들의 엑소더스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CNN머니에 따르면 아제이 방가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말 사임했다.그는 8월부터 마스터카드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할 계획이다.최근들어 씨티 고위직 인사들이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독일 은행인 도이체방크,부티크 리서치회사인 라덴버그탤먼으로 줄줄이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앞서 BOA의 베테랑 인베스트먼트 뱅커인 윌리엄 리프킨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JP모건에서 일하기로 했다.BOA 고위 임원중에는 오펜하이머 바클레이즈 등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이 적지 않다.상대적으로 보수가 낮았던 메릴린치와 UBS도 최고급 인력의 25%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월가에서는 핵심인력의 유출은 중장기적으로 해당 금융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우수 인재들의 도미노 유출을 막기 위해 올해 직원들의 기본금을 50% 올려줄 방침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BOA도 보너스 삭감을 보충해주기 위해 기본금을 높이 방안을 검토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최근 월가 은행의 중간 간부 연봉이 40만달러로 연초의 25만달러에 비해 껑충 뛰어 임직원의 평균 임금이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보도했다.월가 임직원의 보수 인상 움직임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보수제도의 근본적 개선없이 은근슬쩍 고액연봉 시대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