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도 우리처럼 실수하고 퍼트 미스도 많더라고요. 세계적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돌아온 것이 수확입니다. "

23일 끝난 US오픈에서 챔피언이나 상위권 선수들 못지않게 큰 '소득'을 올린 선수가 있다. 예선전을 거쳐 출전한 배상문(23 · 키움증권 · 사진)이다. 배상문은 2타차로 커트탈락했으나 국내 대회나 아시안투어에서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드라이버샷 거리나 아이언샷 등은 세계적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저도 드라이버샷을 290야드 정도 날리니까요. 다른 것이 있다면 퍼트와 그린 주변 깊은 러프에서 하는 웨지샷입니다. 두 부문은 그들이 한 수 위더라고요. "

기량이 대등하다고 생각하니 심리적으로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다만 우즈의 경우처럼 실수를 한 뒤에도 위축되거나 그에 연연하지 않고 곧바로 타수를 줄여나가는 자세는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말한다.

대회장인 베스페이지골프장 블랙코스는 길고도 험한(?) 코스로 악명이 높았던 데다 닷새 내내 비가 내리면서 선수들이 고전했다. "499야드로 셋업된 12번홀의 경우 파4인데도 비가 내리고 앞바람이 불어 스푼으로 두 번째샷을 했고,그 밖에도 500야드 안팎의 몇몇 파4홀은 3~4번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로 두 번째샷을 해야 할 정도로 길었어요. 심지어 13번홀(파5 · 길이 554야드)에서는 세번째 샷을 할 때 7번부터 3번아이언까지 쓰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14개 클럽 모두를 쓸 수 있도록 남성적이고도 도전적으로 코스가 셋업됐더라고요. 힘들었지만 부럽기도 했어요. "

배상문이 미PGA투어 대회에 나간 것은 1월 소니오픈에 이어 두 번째이고 메이저대회는 첫 출전이었다. 지난해 말 미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에 응시한 그는 올해도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몇 차례의 미국 대회 출전에서 그가 절감한 것은 세 가지.홀까지 100야드 내 샷의 정교함을 키우는 것,그린 주변에서 파 세이브 확률을 높이는 것,그리고 마무리 퍼트를 잘 해 찬스를 살리는 것이다.

배상문은 "저뿐 아니라 한국 남자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미PGA투어에서 100야드 내 샷을 가장 잘하는 선수의 경우 볼~홀의 거리는 평균 4.1m다. 배상문은 100야드 내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볼을 홀에서 반경 5m 내에 떨구고 그것을 버디로 연결해 스코어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앞으로 훈련도 퍼트와 쇼트게임 위주로 할 생각이다. "연말 미국 Q스쿨에 대비해 퍼트연습을 죽어라고 할 겁니다. 잔디 적응은 현지에서 해야 하므로 좀 일찍 미국에 가서 그린 주변 웨지샷을 갈고 닦을 겁니다. "

국내 어느 선수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볼 때 배상문이 최경주 위창수 양용은의 뒤를 이어 '네 번째 미PGA투어 한국인 멤버'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