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에 있는 서울남산국악당.중요무형문화재 57호로 경기민요 이수자인 정경숙씨(47)의 구성진 소리가 울려퍼진다. '늴리리아''아리랑'과 같은 경기민요의 밝은 가락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그의 뒤편으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이 정씨의 노랫가락에 맞춰 맛깔스러운 발림(몸짓이나 손짓)을 이어간다. 정씨는 올해 한국-필리핀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오는 26일 필리핀 마닐라 군사령부 내 특별무대에서 열리는 '한국전통의 향(香)'특별공연을 앞두고 단원들과 함께 연습에 한창이다.

'한국 · 필리핀 60주년 기념 사업회(민간공동위원장 박현모)'가 필리핀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마련하고 (사)신라만파식적보존회 서울지회(지회장 강유민)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경기민요를 비롯해 사물놀이,부채춤,허튼춤,검무 등의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6 · 25전쟁 필리핀 참전용사는 물론 현역 육 · 해 · 공군 간부들과 장병들 1500여명을 위해 마련한 특별공연에는 총 4개팀 20명의 국악인과 학생들이 참가한다. 이경숙 노원문화원 국악예술단장과 무용가 권영심씨,조진영씨 등도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일인당 70만원 이상되는 비용을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마련했다.

정 단장은 제자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전통예술고와 한중대 · 백제예술대에서 강사로도 활동해 온 정 단장은 "말레이시아 몽골 등 해외에서 민간 문화교류 사업 차원의 공연을 많이 했는데 일부 한국인에게도 생소한 국악을 외국인들이 함께 느끼며 좋아할 때 그야말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음악은 문화와 국적을 뛰어넘어 마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 단장은 이번 공연단에 딸 김경미양(16 · 가좌고1학년)까지 포함시켰다. 경미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늘 엄마의 '소리'를 듣고 자라서인지 국악이 좋다"며 "필리핀 관중들 앞에서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국내에서도 국악이 더 사랑받기를 바랐다. 그는 "최근에는 각 지자체 문화센터 등을 통해 우리 국민들도 실생활에서 국악을 접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특히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이 특별활동 등을 통해 국악을 접하면 의외로 상당히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