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 어머니의 건강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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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의 중 · 장년층 사이에서는 노화 방지 제제나 건강 관련 책들이 인기다. 경제력이 있는 이들은 노후의 삶을 보다 건강하게 보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란다. 미국에선 장수나 노화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장수와 유전의 관계,각종 노화 관련 단백질,항산화,식품 · 식이는 물론이고 긍정적 사고 갖기 등 각종 심신요법까지 그 연구 범위도 다양하다. 그러나 아직 노화 예방에 똑 부러지게 이렇다 할 만한 처방은 없어 보인다. 장수에는 그 무엇보다 라이프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것만은 대체로 일치된 의견이다.
올해 82세인 내 어머니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노화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내 어머니의 학력은 변변치 않으며,농촌에서 서른 남짓까지 지내셨다. 20세 무렵까지는 일제 강점기여서 먹고 살기 힘겨웠다. 그 후 아마 1960년대까지도 살림이 넉넉한 편은 못돼서 부지런했고,육체적으로 늘 고단했다. 슬하 다섯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냈으니 마음고생도 많으셨다. 어머니의 식습관은 예전 그대로 채식 위주다. 생선이나 육류가 식탁에 오르면 자식들 몫으로 남겨야 했던 습관이 배어 지금도 육류를 그리 가까이 하지 않는다.
반면에 선친께서는 잦은 과음에,애연가였다. 그 시절엔 운동 개념도 없었다. 엉성한 사업 신경쓰느라,자식 키우느라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셨다. 그런 탓에 나이 73세에 당뇨합병증에 심장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가정사의 조율은 어머니 몫이었다. 간혹 속 썩이는 자식이 있어 형제간 갈등이 생기면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렸고,'상식'으로 하소연해 해결했다. 친 · 인척이라도 만나면 수다를 늘어놓으시고,남 얘기도 경청하는 편이셨다. 유머도 곧잘 하신다. 이제껏 크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건강한 생활 덕분인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약간의 골다공증 외에는 모두 정상이었다. 요즘은 친구들이 줄어 외로움을 느끼시나 보다. 그래서 한글 공부도 할 겸 노인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를 사귀니 덜 심심하신 모양이다.
우리 어머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부모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 어머니의 생활을 간단히 살펴본 이유는 장차 노인이 될 젊은 층이 오히려 더 큰 노인성 문제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해서다. 요즘의 노인들은 대체로 오랫동안 채식 위주에,의무적이나 규칙적 육체노동을 해왔다. 허나 요즘 젊은 층은 잦은 과음,비만,스트레스,우울증,공해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당뇨환자가 300만명을 넘고,젊은 고혈압 환자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병든 청 · 장년층의 기대수명도 우려되지만,그들이 늙었을 때 삶의 질이 더 걱정된다. 우리 선조들의 조기 사망은 대부분 질병 때문이지 자연 노화 탓이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은 옛 어른들의 경우가 더 낫지 않나 싶다.
신승철 <안티에이징엑스포준비위원ㆍ정신과전문의 igu1848@paran.com>
올해 82세인 내 어머니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노화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내 어머니의 학력은 변변치 않으며,농촌에서 서른 남짓까지 지내셨다. 20세 무렵까지는 일제 강점기여서 먹고 살기 힘겨웠다. 그 후 아마 1960년대까지도 살림이 넉넉한 편은 못돼서 부지런했고,육체적으로 늘 고단했다. 슬하 다섯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냈으니 마음고생도 많으셨다. 어머니의 식습관은 예전 그대로 채식 위주다. 생선이나 육류가 식탁에 오르면 자식들 몫으로 남겨야 했던 습관이 배어 지금도 육류를 그리 가까이 하지 않는다.
반면에 선친께서는 잦은 과음에,애연가였다. 그 시절엔 운동 개념도 없었다. 엉성한 사업 신경쓰느라,자식 키우느라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셨다. 그런 탓에 나이 73세에 당뇨합병증에 심장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가정사의 조율은 어머니 몫이었다. 간혹 속 썩이는 자식이 있어 형제간 갈등이 생기면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렸고,'상식'으로 하소연해 해결했다. 친 · 인척이라도 만나면 수다를 늘어놓으시고,남 얘기도 경청하는 편이셨다. 유머도 곧잘 하신다. 이제껏 크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건강한 생활 덕분인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약간의 골다공증 외에는 모두 정상이었다. 요즘은 친구들이 줄어 외로움을 느끼시나 보다. 그래서 한글 공부도 할 겸 노인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를 사귀니 덜 심심하신 모양이다.
우리 어머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부모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 어머니의 생활을 간단히 살펴본 이유는 장차 노인이 될 젊은 층이 오히려 더 큰 노인성 문제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해서다. 요즘의 노인들은 대체로 오랫동안 채식 위주에,의무적이나 규칙적 육체노동을 해왔다. 허나 요즘 젊은 층은 잦은 과음,비만,스트레스,우울증,공해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당뇨환자가 300만명을 넘고,젊은 고혈압 환자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병든 청 · 장년층의 기대수명도 우려되지만,그들이 늙었을 때 삶의 질이 더 걱정된다. 우리 선조들의 조기 사망은 대부분 질병 때문이지 자연 노화 탓이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은 옛 어른들의 경우가 더 낫지 않나 싶다.
신승철 <안티에이징엑스포준비위원ㆍ정신과전문의 igu1848@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