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만드는 고교생 주간 경제신문인 생글생글이 어제 200호를 발행했다. 생글생글은 생각하기와 글쓰기의 두음을 따서 지은 말이다. 좌파 이념에 경도된 학교 교육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다시 말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르치기 위해 4년 전에 창간되었다.

민주와 시장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공통의 철학적 기반 위에 있다는 것을 가르치자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얼마나 잘못된 생각들이 넘쳐나는 것인지….대중의 지혜를 시장의 지혜가 아니라 데모꾼의 지혜라고 우기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실로 민주주의는 허다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개념의 하나다.

어떻든 당초 5만부를 목표로 시작한 것이 30만부를 훌쩍 넘어섰다. 고등학교 1200개, 중학교 80개, 공공도서관 등 1500여곳에서 전국의 고교생들이 매주 생글을 읽고 있다. 어제 날짜 한경 12면 특집기사를 통해 보도한 대로 상산고 대원외고 제철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는 물론 강원도 영월고 등 시골의 작은 고교에까지 전국의 고교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이 신문을 읽는 것이다.

방학이 지나고 새로 학기가 열리면 전국에서 생글 구독 주문이 쏟아진다. 방학 중 교사연수 등에 참여한 교사들이 입에서 입으로 생글을 전파하고 그래서 신학기마다 신청이 폭주하는 것이다. 경제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은 많지만 유독 한경의 생글생글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그만큼 학교 내에 '숨겨진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학교에 쏟아져 들어가는 각종 경제 부교재가 넘쳐나고 있지만 대부분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실로 그것에 들인 돈이 아깝다. 그러나 생글은 아니다. "부수를 좀 더 달라"는 교사와 "죄송하지만 돌려가며 읽어달라"는 한경 편집진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 폭발하는 숨겨진 수요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확신컨대 오도된 이념을 정화하려는 욕구가 학교 사회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일부 이념 단체들이 교실과 학교를 점령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보다 더욱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정신을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고 생글은 그 교사들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생글생글은 단순히 복잡한 그래프와 수식으로 아이들을 질리게 만드는 그런 경제학 부교재가 아니다.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따위의 재테크 교재는 더더욱 아니다. 200호에 이르기까지 커버스토리의 주제들을 살펴보자. 최근의 제목만 하더라도 '건국 60년,간난을 헤쳐온 피와 땀의 역사'(157호) '인터넷,여론의 장이냐 선동의 장이냐'(151호) '복지천국 GM은 왜 몰락했나'(198호) '미 달러 기축통화 역할 끝나나'(189호) '경제위기는 더 큰 성장을 위한 진통'(186호) '자원이 없는 것도 축복일 수 있다'(184호) 등이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는 광우병에 대한 비과학적 오류를, 용산철거민 사건이 터졌을 때는 사적 소유권과 권리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어왔고 오도된 괴담의 사회학을 가르치며 공중파 방송의 공적 책임을 논하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올려왔던 것이다. 물론 일부 이념성향 교사들의 격렬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르치는 것이 바로 한국사회를 선진화하는 것이고 아이들의 장래를 바로잡는 것이며 개개인이 책임 있는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는 것을 생글 편집진은 결코 잊은 적이 없다.

다만 아쉽게도 학교 측의 수요에 모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예산제약 때문이다. 학교가 이념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인이나 기관, 기업들은 부디 생글생글 제작을 도와주시기를 차제에 당부드린다. 그동안에도 숨은 후원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분들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더 한층의 노력을 모아갈 때다.

논설위원 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