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굳게 믿고 의지하는 것을 뜻한다. 누구를 믿고 무엇을 의지한다는 것일까. 신뢰는 상대방이 나와 함께 예측 가능한 진실게임을 한다는 의미다. 결국 신뢰는 믿음의 관계이다. 기업의 경우 경영자와 종업원,기업과 고객,기업과 다른 조직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있어야 총체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유지된다.

신뢰의 모습은 전통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처럼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사회에선 조직 내에서 화합이라는 이름하에 민주적인 토론보다는 정치적인 소수의 지배욕구에 동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개성을 억제하고 쉽게 포기한다. 집단은 외부 집단세력과 규합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불신의 문제가 싹튼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회가 다른 어떤 조직 또는 기관보다 신뢰도가 낮다고 나왔다.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걱정스러운 결과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민의 대표 집단이 신뢰를 갖지 못했다는 건 부끄러운 현실이다.

한국경제신문사의 2009 대한민국 신뢰기업대상은 답답한 사회 현실 속에서 신뢰기업을 통해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마련되었다. 기업의 경우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소비자와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상품 가치와 이미지 제고를 통해 신뢰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지속 성장을 실현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2009년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성인남녀 1064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을 실시했다. 신뢰도 평가항목에는 경영자와 경영진,품질 및 서비스,소비자와 의사소통을 통한 고객 니즈 충족,정보제공,사회적 책임 등이 포함됐다. 소비자리서치 주관으로 소비자 개별면접을 통해 얻어진 소비자 신뢰도 점수와 전문심사위원회에서 평가된 전문가 신뢰도 점수가 각각 계산됐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종 심의회에서 대한민국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 15개가 선정됐다.

대표적인 신뢰기업의 특성을 살펴보면 많은 기업들이 이미지 측면에서 상당한 신뢰도를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친근한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다수 선정된 점이 증거다. 일부 B2B 기업도 포함됐다. 모두 축하할 일이다. 신뢰를 구성하는 요소는 정직성,선의,역량이다. 이번에 수상한 기업들은 이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들이다.

사회는 제로섬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니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합리성을 추구할 뿐이다. 한국 특유의 불안정한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신뢰관계의 회복은 당면 과제이다. 신뢰는 관계의 영역이다. 사회의 신뢰는 종교적인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본 상을 받는 기업들이 앞으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존경받는 조직으로 지속 발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