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정부경영평가에서 단연 눈에 띄는 조직과 인물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유재섭 이사장이다. 매년 정부 경영평가를 받아온 산업인력공단의 성적은 매번 중위권. 공단 내부에서도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공단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결국 사고를 쳤다. 2008년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예상을 깨고 A등급이라는 파격적인 성과를 냈다. 산업인력공단 경영 혁신의 중심에는 30여년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고,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투쟁의 선두에 섰던 유재섭 이사장의 변신이 있다. 유 이사장은 한국노총 수석 부위원장에서 지난해 7월 공모를 거쳐 산업인력공단 CEO로 임명됐다. 노동부 관료가 아닌 노조위원장 출신이 이사장으로 취임하자 공단 내부에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어수선한 공단 분위기는 취임후 한 달뿐이었다. 유 이사장의 CEO로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유 이사장의 조직 장악이 순식간에 끝났고,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모델을 확립했다. 또, 조직을 슬림화 시킨후 각 사업단위 이사들에게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유 이사장은 조직내 소통을 위한 현장 중심의 공격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줄서기 문화가 사라지고, 객관적인 실적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틀을 잡기 시작했다. 조직 이기주의도 사라졌다. 그동안 산업인력공단의 큰 짐이 되어온 부채도 긴축예산을 편성하고 예산 절감에 나서 부채 전액을 청산하는 성과를 냈다. 노조에서 요구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도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원칙'을 앞세우며 해결했다. 노조의 저항이 예상됐지만 진지한 대화를 통해 노조와의 신뢰도 유지했다. 유재섭 이사장 "주말에도 자격증 시험관리를 위해 묵묵히 일을 해온 직원들의 노력으로 좋은 경영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고객서비스 극대화에 조직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또 "우리의 노동환경이 생존의 문제에서는 벗어난 만큼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노동계의 대선배로서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창호기자 ch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