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비스가 '꿈의 신섬유'로 불리는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 개발에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휴비스는 3년간의 자체 연구 · 개발(R&D) 과정을 거쳐 메타계 아라미드 생산기술을 확보,전주 공장에 연간 5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건설 중이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휴비스가 개발한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는 기본 물성이 일반 섬유인 폴리에스터와 비슷해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방사능에 장시간 노출돼도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슈퍼 섬유'로 분류되는 아라미드 섬유는 분자구조에 따라 메타계와 파라계로 나뉜다. 메타계 아라미드는 섭씨 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디는 초내열성 · 난연 성질을,파라계 아라미드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 이상 높은 강도를 각각 갖고 있다. 이런 성질 차이로 메타계 아라미드는 전기절연지 소방복 건축자재 등에 사용되고 파라계 아라미드는 방탄복 타이어코드 케이블 등에 주로 쓰인다.
파라계 아라미드는 코오롱이 2005년 '헤라크론'이란 제품명으로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메타계 아라미드는 그동안 국내 생산 업체가 없어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사로부터 전량 수입해왔다. 듀폰은 연간 2만2000t,데이진은 연간 2600t의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하며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휴비스 관계자는 "이번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의 국산화로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메타 ·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를 모두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며 "전자 자동차 건설 등 각 산업 분야에서 아라미드 섬유 사용이 늘어나고 있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의 국제시장 가격은 ㎏당 25~30달러로 범용 섬유제품인 폴리에스터(㎏당 2달러)에 비해 최고 15배 이상 높다. 지난해 국내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의 시장 규모는 물량 기준으로 500t,금액 기준으로 1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작년 2만5000t 규모의 전 세계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 시장이 2012년 3만2000t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휴비스는 하반기 상업 생산과 함께 국내 시장을 공략한 뒤 내년 이후 설비 증설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의류용 섬유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아라미드 등 첨단 신소재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경량 플라스틱인 열가소성 수지(PPS)와 액정고분자(LCP) 개발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휴비스는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가 폴리에스터 사업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9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