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이대원,이우환,오치균 등 국내 근 · 현대 대표 작가와 야요이 구사마 등 해외 작가의 명품 그림들이 대거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K옥션(대표 김순응)이 오는 24일 서울 신사동 경매장에서 실시하는 메이저 경매 행사를 통해서다. 국내 경기의 하강세가 멈추면서 그동안 경매 출품을 미뤄던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는 점에서 입찰 결과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K옥션이 사옥을 청담동에서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으로 이전한 후 처음 여는 이번 경매에는 한국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미공개작 '무제 1-VI-70 #174'가 추정가 16억~25억원,박수근 화백의 '농악'(추정가 20억원),정물화가 도상봉,백남준,이대원,임직순,이우환,프란시스 베이컨,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근 · 현대 국내외 작가 작품,고미술품 등 모두 198점이 출품된다.

K옥션 측은 "이번 경매는 미술시장 역시 '바닥'다지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향후 시장 움직임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출품작들의 경매 시작가를 시중 시세보다 20~40% 정도 낮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은 김환기 화백의 1970년작 '무제 1-VI-70 #174'.김 화백이 1989년 제1회 한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뉴욕 체류시절 고국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진한 향수가 담긴 점화(點畵)다. 김광섭의 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란 부제가 붙은 1970년작 '16-IV-70#-193'과 2개월간의 시차를 두고 완성됐다는 것이 K옥션 측의 설명이다.

또 박수근 화백의 1960년대 작품 '농악'도 눈길을 끈다. 밀짚 모자를 쓰고 위 아래 흰 옷을 입은 농부 4명이 원무(圓舞)를 추는 역동적인 모습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2007년 3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20억원,2002년 11월 런던소더비 경매에서 10억3000만원에 각각 거래된 기록을 갖고 있다. 실제 박 화백이 '농악'을 주제로 그린 작품은 총 6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천경자의 아프리카 풍물화 '콩고의 처녀들'(추정가 8000만~1억5000만원),화사한 색채가 돋보이는 유영국의 '산'(8000만~1억2000만원),장욱진의 1984년작 '산사'(7800만~1억2000만원),이대원의 '못'(8000만~1억2000만원),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억3000만~2억원),오치균의 '고향집'(6000만~9000만원)이 지난해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품된다.

고미술품으로는 조선시대 장생도의 진수를 보여주는'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가 추정가 3억원,이상범의 '산수도 팔곡병'이 추정가 1억3000만~1억6000만원으로 비교적 싼 가격에 나온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이번 경매 출품작들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책정됐다"며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바닥권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국내 미술시장에도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프리뷰는 17~24일 K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02)3479-883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