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기관투자가들의 매물에 힘을 못 쓰고 있다. 펀드자금 유입 추세가 꺾인 데다 주가도 많이 올라 기관들이 보유종목 정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닥시장 급등세를 이끈 기관들이 연일 매도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기관 선호주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9일 코스닥지수는 11.15포인트(2.11%) 내린 517.96으로 마감됐다. 지난달 20일 560선까지 올랐던 지수는 지난달10일 이후 한 달여 만에 510선으로 뒷걸음질쳤다.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코스닥 비중을 확대해왔던 기관들이 연일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기관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52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난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2500억원에 육박한다. 기관들의 단기 매도 강도는 올 들어 가장 강한 수준이다. 기관들은 지난 3월31일부터 6일 연속 순매도를 보였지만,당시 순매도 규모는 1000억원 선에 불과했다.

지수가 박스권에서 맴돌면서 펀드환매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신규 자금 유입보다는 유출이 많은 상황에서 환매에 대비해 펀드들이 자금을 빼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도 싼 국면을 지나면서 기관들이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들이 이달 들어 연일 순매수에 나서며 기관과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개인들은 이날 774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7일 동안 41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정근해 대우증권 코스닥팀장은 "개인들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주로 매입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밀리면서 코스닥시장 전체의 상승 추세도 힘을 잃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지수 하락은 기관이 선호했던 시총 상위주들이 급락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관들이 지분을 단숨에 확대했던 녹색성장주가 타격을 입고 있다.

LED(발광다이오드)를 만드는 서울반도체는 이달 기관들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인 3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면서 이날 5.33% 하락하는 등 나흘 연속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서울반도체 지분을 15%대까지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지분을 1%포인트정도 줄였다.

기관들이 이달 270억원 이상 순매도한 풍력 대표주인 태웅도 이날 3.24% 하락한 것을 비롯해 지난 3일부터 급락하고 있다. 태양광업체 소디프신소재와 단조업체 현진소재도 각각 6.37%,5.80% 떨어졌다. 또 IT(정보기술) 관련주인 디지텍시스템과 인프라웨어는 이날 각각 10.61% ,5.26% 하락했고 바이오주인 차바이오앤도 기관 매물이 집중되면서 사흘간 21.25% 급락했다.

정 팀장은 "기관들이 다시 매수 우위로 돌아설 때까지 기관 보유지분이 높은 종목들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