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재래시장)에서 '고객선 지키기' 캠페인이 확산된다. 시장길 양쪽으로 늘어선 점포 앞에 상품 진열선을 긋고 이 선 밖으로는 상품을 내놓지 말자는 운동이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는 한국소비자연맹과 '고객선 지키기' 공동추진 협약식을 맺고 오는 8월 말까지 적극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 협약에는 전국 1550개 전통시장 중 서울 14곳,부산 8곳 등 78곳이 적극 참여의사를 표시했다. 캠페인 기간 중 현장 실사 및 심사를 통해 우수 시장 10곳을 시상할 계획이다.

정석연 시장경영지원센터 원장은 "이번 운동은 소비자의 공간을 돌려주자는 것에서 시작됐다"며 "소비자의 눈으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난숙 소비자연맹 부회장도 "상인들이 고객선을 지키고 서비스를 개선한다면 대형마트에 비해 환경이 열악해도 소비자는 부모와 선조들이 이용해 온 전통시장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2년 전부터 고객선 긋기를 실시해 온 서울 수유시장에 들른 김모씨(64 · 여)는 "시장에선 유모차도 못 다닐 만큼 북적였는데 고객선이 생긴 후로 사람과 물건에 치일 걱정이 없어 좋다"며 "다른 곳에도 고객선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견도 있지만,당장 매출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수유시장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이모씨(40 · 여)는 "야채나 과일은 눈에 잘 띄어야 팔리는데 매장 안에 들여놓으면 팔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노춘호 수유재래시장상인연합회장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하는 것이 재래시장의 살 길"이라며 "재래시장 재건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본적인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