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이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5년 만에 최소 5배 가까운 차익을 남기는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오는 20일 보호예수에서 풀리는 뉴브리지캐피털 보유 선전발전은행 지분을 중국 2대 보험회사인 핑안보험이 경영 프리미엄을 얹어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선전 증시에 상장돼 있는 선전발전은행 주가가 지난 주말 20위안으로 2004년 뉴브리지캐피털이 이 은행에 투자할 때 주가(3.54위안)의 565% 수준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뉴브리지캐피털은 현재 선전발전은행 지분 17%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가 넘는 11%의 지분이 이번에 보호예수에서 풀려 매각할 수 있게 된다. 나머지 지분 6%는 내년 6월 해제된다. 이번에 풀리는 지분가치만 9억9200만달러에 이른다고 FT는 전했다.

선전발전은행 지분을 5% 가진 핑안보험은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선전발전은행을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선전발전은행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외국 자본이 소유한 은행이어서 뉴브리지캐피털은 경영프리미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예상했다. 중국에서는 외국 자본에 대한 은행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단일 외국인 주주가 지분을 20% 이상 획득할 수 없도록 했지만 뉴브리지캐피털은 17% 지분만으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앞서 한국에서도 2000년 4500억원을 투자해 당시 제일은행을 사들인 뒤 5년 후인 2005년 지분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매각하면서 무려 1조1511억원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FT는 그러나 뉴브리지캐피털의 지분 매각은 중국 정부가 국유자산을 헐값으로 외국 자본에 팔았다는 비난에 과민반응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뉴브리지캐피털이 관치가 강한 중국에서 금융당국과 마찰이 많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외국 자본이 지배한 은행이 사라진다는 현실 자체는 중국 금융산업의 후퇴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