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 노래를 어떻게?'

지난 4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마련된 전시실을 찾은 훈센 캄보디아 총리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가 작곡한 '절에 사는 아이(chi vet kmeng vot)'라는 노래가 MP3 플레이어를 연결한 삼성전자 홈시어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절에 들어가 공부를 해야 했던 시절을 떠올려 훈센 총리가 만든 노래를 한국에서 듣게 되자 동행한 40여명 총리 일행의 표정도 밝아졌다.

삼성전자가 이 노래를 찾은 것은 2주일 전.수원사업장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훈센 총리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아이디어를 냈다. 인터넷을 뒤져 찾은 것이 바로 총리가 직접 작곡한 노래다.

하지만 총리가 작곡해 캄보디아 국민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던 이 음악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캄보디아 현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부탁해 파일을 구해와 아이디어는 가까스로 현실로 이뤄졌다.

훈센 총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2001년 4월 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했던 당시의 사진들을 뒤졌다. 전시실에 걸려있는 디지털 액자에 그때 찍은 총리의 사진들을 전시해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로 했다. 직원들의 의도는 적중했다. 훈센 총리는 벽에 걸려있는 디지털 액자에서 캄보디아 방문단 일행의 사진이 계속 이어나오자 웃는 얼굴로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8년 만에 다시 방문한 삼성전자를 훈센 총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캄보디아 왕실에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TV와 홈시어터를 기증하고 프놈펜과 시엠리아프 신공항에 대형 TV를 설치한 '한 회사'가 아니라 '나를 기억하는 삼성전자'로 떠올리지 않을까.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