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 줄줄이IPO…공모시장 '큰장' 선다
공모 규모가 5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장외 블루칩들이 잇달아 기업공개(IPO) 시장에 명함을 내밀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로 SK C&C 포스코건설 등은 모두 공모 규모가 올 상반기 전체 공모액을 웃도는 대어급이다. 그동안 새내기주 급등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청약 경쟁률로 손에 쥘 수 있는 주식 수가 많지 않아 실제 투자수익은 많지 않았던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시중 유동자금을 충분히 소화해낼 정도로 큰 규모여서 공모주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공모주 청약시장이 투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어 과열된 측면이 있었지만 공모 가격이 높게 결정되고 있는 데다 대어급의 주가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점을 감안하면 목표 수익률을 낮춰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기업도 민영화 서둘러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3곳,코스닥시장 25곳 등 총 28개사에 달했다. 활황장이던 지난해 상반기의 26개사를 이미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위축됐던 작년 하반기(18곳)에 비하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 총 공모 규모도 489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918억원)와 하반기(3964억원) 수준을 넘어섰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장외 기업들은 대어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지난해 시장이 좋지 않아 상장을 접었던 진로는 이번 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 C&C의 공모 규모는 1조원에 달하고,하반기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인 포스코건설도 8000억원대로 관측되고 있다. 진로와 동양생명의 공모 규모도 각각 5000억원,4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공기업들도 민영화를 위한 IPO를 서두르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으로 유명한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IPO 주관사로 정하고 하반기에 2000억원 규모의 공모를 통해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원자력 발전소 설계업체인 한국전력기술도 동양종금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오는 11~12일과 17~18일 각각 공모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인 한미파슨스와 대우캐피탈은 물론 쌍용머티리얼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준대어급들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공모가 상향추세 감안해야

대형 장외 업체들의 상장으로 공모주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 공모주 투자 수요는 많은 데 비해 신규 상장 기업의 공모 규모가 작아 청약 경쟁률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올해 IPO 기업들의 평균 공모금액은 174억원으로 지난해 평균(179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청약경쟁률은 예외 없이 100 대 1을 넘어섰고,지난달 말 40억원을 공모한 어보브반도체의 경우 1719.74 대 1까지 치솟았다. 청약증거금이 1조원을 웃돈 곳도 7개사에 이른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시중 유동성에 비해 공모금액이 적어 경쟁률이나 주가 모두 '오버 슈팅'(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 대어급들이 잇달아 공모에 나서면 그동안의 공급 부족 현상을 한꺼번에 해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어급 상장을 앞두고 공모주 과열 현상은 한풀 꺾이고 있다. 공모가격이 회사 측 희망가격보다 높게 정해지는 등 값싼 공모가격 매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장비업체 흥국의 공모가가 희망가 위에서 정해진 이후 이번 주 청약을 받는 한미파슨스까지 9개 공모주가 모두 희망 범위를 웃도는 수준에서 공모가격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새내기주들의 초반 주가 강세는 약해졌다. 지난달까지 상장된 11개 새내기주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됐지만 이달 5일 상장한 어보브반도체는 공모가보다 57% 높은 수준에서 시초가를 형성했다. 게임업체 조이맥스는 지난 3일 상장 후 사흘 연속 급락하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공모시장이 점점 코스닥 위주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공모 과열현상도 누그러지고 있다"며 "하반기 대어급이 잇달아 공모에 나서면 목표 수익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