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진원지인 미국보다 더 큰 폭으로 추락했던 브릭스 증시가 최근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강세 흐름을 타고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 러시아 등의 경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선진국 경제 회복이 지지부진한 사이 탄탄한 내수 시장과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바탕으로 브릭스가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되살아나는 브릭스

올 들어 브릭스 증시는 50% 이상 뛰었다. 러시아가 82.17%(5일 기준)로 선두를 달렸고 인도(60%) 중국(45%) 브라질(28%)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1.5%) 일본(10%) 영국(-2%) 등 선진국 증시는 거의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38% 하락한 데 비해 브릭스 증시는 최고 70% 폭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거렸던 브릭스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선진국 의존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물 부문에서도 개선 조짐이 엿보인다. 중국은 3개월 연속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을 넘었으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30.5%(4월 기준)로 치솟았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달하는 브라질은 원유 설탕 철광석 대두 등의 가격 상승세로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러시아도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면서 경제가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인도는 만모한 싱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경제 개혁 가속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도의 1분기 성장률은 시장 전망치(5.0%)를 웃도는 5.8%에 달했다.

◆탄탄한 내수 시장

브릭스는 게다가 내수 시장이 크고 탄탄하다. 중국의 내수 규모는 GDP의 33%로 일본(55%) 미국(67%)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매년 16%씩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소비대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4조위안(약 6000억달러)을 경기부양에 쏟아붓는 한편으로 자동차 가전 제품 구매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내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제로금리 정책,약달러 추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자금도 브릭스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120억달러에 달했다. 19개월래 최대 규모다. 브릭스 등 이머징마켓 채권 가격은 최근 3개월째 상승세(채권 수익률 하락)를 타며 7년래 최대 폭 올랐다. 글로벌 경제가 최악의 고비는 지났다는 안도감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에서 탈피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브릭스 등 신흥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머징마켓은 이미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0% 이상을 브릭스 국가가 갖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자동차업체 가즈가 제너럴모터스(GM)의 오펠과 복스홀을,중국 중공업업체 텅중이 GM의 허머를 인수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