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전도사 강윤식 박사의 ‘장 칼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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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변도 시원하게 잘 보고, 피도 나지 않을뿐더러, 그 외에 다른 불편한 증상도 없기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필요가 없어” 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설명 드리고 싶다. 아주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장암 증상으로 알려진 증상의 대부분이 실은, 아주 흔한 과민성장증후군 등 대장의 여러 다른 질환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란 우리의 몸이 스스로에게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표현 방법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이 그다지 다양하지는 않다. 대장도 마찬가지인데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표현 방법들로는, 복통이나 출혈, 가스가 차는 것, 변이 묽거나 단단해 지는 것, 변이 가늘어지거나 자주 마려운 것 등등으로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 결과와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나타나는 증상들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둘째, 대장의 점막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다. 따라서 대장암은 매우 커진 암 덩어리 일부가 헐어 출혈이 되거나, 커진 암 덩어리 때문에 장이 거의 막혀서 변이 잘 통과하지 못하는 말기에 가서야 증상들을 보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외과 의사 한 분이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왔다. 1년 전쯤 3기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분이었다. 나는 검사가 끝난 다음 결과를 설명하면서,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여 전문의로서는 수준 미달인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선생님, 평소에 암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셨나요?’ 그는 정말 아무런 증상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병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시간이 좀 있길래, 그 동안 바빠서 미뤄왔던 검사나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사를 받았던 겁니다. 더 늦지 않고 그 때라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것이 다행이지요.’ 그는 담담한 어조였다. 외과 전문의 자신이 진료하고 치료하는 대장암이 자신의 몸 속에서 3기가 되도록 자라나고 있었어도, 검사를 받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장암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어야만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겠다는 생각에서 더 큰 잘못은 다른 데 있다. 검사를 하는 주된 목적이 대장암을 발견하는데 있지 않고,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전 암병변(암이 되기 전 단계의 질병)을 미리 발견해서 제거함으로써 대장암을 아예 차단하는 데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전 암병변들은 그 크기가 1cm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로 인한 증상을 바로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장은 증상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요즘 들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많은 분들이 종합검진을 받는다. 수십 만원에서 비싸게는 5백 만원이 넘는 검진프로그램도 있다던데, 과연 이런 검사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모두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몇 가지 검사는 다음과 같다. 1. 위 검사, 2. 대장 검사, 3. 당뇨 검사, 4. 고혈압 검사, 5. 콜레스테롤 검사, 6. 유방암 검사, 7. 자궁암 검사. 이중에서 효과적인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검사를 하나만 든다면, 암의 ‘조기진단’뿐만 아니라 ‘예방’까지 가능한 ‘대장 내시경 검사’ 밖에 없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단연 금메달감이다.
(도움말=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