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속 100㎞에 가까운 속력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그런데 갑자기 앞서 달리던 트럭이 짐칸에 싣고 있던 건설용 목재나 철재를 도로로 쏟아낸다. 아찔한 상황이지만,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코너링으로 장애물들을 유유히 피해 달린다.

#2.터널을 뚫지 않는 유럽인들의 철학대로 높은 산을 넘나들며 건설된 독일고속도로.2,3차로에서 앞차만 보며 따라가는데도 어느새 속도계가 150㎞를 넘어선다. 급회전 구간마다 반대편으로 차체가 심하게 쏠릴 법도 한데,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달린다.

안전운전은 언제나 최선의 정답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돌발상황에서 운전자들을 도와주는 장치가 있다. 바로 '능동형 선회 제어 서스펜션(AGCS · Active Geometry Control Suspension)'이다.

자동차 쏠림 현상은 역학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던 때가 있었다. 때문에 한동안 관련 기술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AGCS로 이러한 쏠림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AGCS는 한마디로 운전자의 핸들 조향 각도와 속도,차량의 속도 등을 감지해 미리 차량의 선회 정도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중앙처리장치가 운전자의 주행 의지를 파악하고 뒷바퀴의 선회각을 조절해 차량의 쏠림 현상을 해소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선회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이 부품은 특히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선회할 때 효과가 크다. 고속으로 선회 주행을 할 경우 뒷바퀴가 코너 밖으로 밀리면서 차가 코너의 안쪽으로 틀어지기 일쑤다. 이때 AGCS를 장착하면 이런 현상을 줄여주기 때문에 고속으로 직진 주행할 때와 비슷한 안정감을 가지고 운전할 수 있다. 그리고 차량 옆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거나 급하게 방향을 바꿀 때도 능동적으로 뒷바퀴의 조향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주행안정성 제어장치인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는 조향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퀴의 제동력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현상 제어' 부품이다. 그에 비해 AGCS는 조향 상태가 불안할 때 미리 작동해 차량을 조향 불능 상태로 몰고가는 원인을 미리 제거하는 '원인 제어' 부품이다.

AGCS는 현대차가 제공한 아이디어로 현대모비스가 자체 개발한 첨단 신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기술이 서스펜션 기술 분야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신기술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 기술은 기존 장치를 개선한 기술이 아니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며,미개척 분야에서 기술을 선점해 앞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NF쏘나타에 AGCS를 공급하고 있으며,신차종에 본격적으로 AGCS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