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이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다음달부터 계열사 매각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5일 "45개 주채무계열 그룹에 대한 재무 분석 결과 9개 그룹과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재무약정을 체결키로 했다"며 "약정이 체결되면 계열사 매각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달부터 금융권 채무규모가 큰 45개 대기업그룹을 대상으로 재무구조를 평가해 14곳에 대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채권단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큰 9개 대기업그룹과 우선 채무개선약정을 체결한 뒤 다른 그룹은 상황을 지켜본 뒤 6월 말 기준 반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재평가를 실시할 방침이다.
재무개선 약정을 맺어야 하는 대상 대기업그룹에는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은 포함되지 않았다.
부채규모 기준으로 10위권 1곳, 11~20위권 1곳, 21~30위권 2곳, 31~40위권 3곳, 그밖에 2곳이다.
채권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6곳으로 가장 많고 외환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이 1곳씩이다.
재무약정 체결 대상 그룹에는 최근 몇년 간 과도하게 빚을 내 인수·합병(M&A)를 통해 덩치를 키운 대기업그룹들이 상당 수 포함됐다. 부채비율은 양호하지만 현금흐름 등이 크게 악화된 곳들도 있다.
이들 그룹은 채권단과 약정을 맺으면 ▲부채비율 감축 및 종합신용평가 계획 ▲추정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 ▲자금수지표 ▲자구 및 차입금 상환계획서 ▲계열 구조조정 계획 ▲기업지배구조 개선계획 등을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반기마다 부채비율, 자구계획 이행여부, 종합신용평가 등 3가지 항목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약정서상 주요항목의 이행실적이 일정 점수 미만이면 '약정불이행'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은 이행기간을 추가로 설정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신규여신 중단과 취급여신 회수 등의 금융제재를 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와 구조조정 진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은행장을 문책하겠다는 입장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과거 대우그룹도 조금만 지원을 받으면 살 수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문제가 생겼다"며 "재무개선 약정이든 자율협약이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장이 분명히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감독당국은 추진 상황을 밀착 점검하고 주채권은행의 대응이 미흡하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