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위안화 조달 쉬워진다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다원화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중국 법인들이 해외 본사 투자나 현지 은행 대출에 의존해 온 데서 탈피,중국 내에서 직접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거나 위안화표시 채권(일명 '판다본드')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와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IPO 및 회사채 시장을 외국 기업에 개방키로 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트렌드다.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 일변도의 자금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 집중 육성에도 나섰다.

◆해외 기업 잇단 상하이 IPO 추진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 허치슨왐포아 회장은 21일 "(회사를) 상하이 증시에 상장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홍콩 언론들은 최근 해외 기업들의 중국 내 IPO 추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호주 3위 철광석업체인 포트스쿠메탈과 HSBC 등은 상하이 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 회장은 "적지 않은 홍콩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다른 홍콩기업들도 중국 내 IPO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최근 상하이를 2020년까지 국제 금융허브로 육성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외국 기업의 IPO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는 이달 중순 런던에서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과 양국 기업의 상호증시 상장에 합의하기도 했다.

판다본드도 외국 기업의 새 자금조달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HSBC와 홍콩 동아은행의 판다본드 발행을 허용했다. 해외 기업이 판다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담당 연구위원은 "다국적 금융사나 기업 입장에선 미국 양키본드나 일본 사무라이본드 등에 이어 판다본드가 새 자금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비즈니스 확대로 위안화 수요가 늘고 있는 외국 기업의 경우 환전 비용없이 위안화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 육성,자금원 다양화


중국에서 발행된 회사채는 올 들어 이미 950억위안(약 1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물량(736억위안)을 넘어섰다. 신징바오에 따르면 농업은행이 사상 최대인 500억위안(9조원) 규모의 채권발행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바오산철강도 인수합병(M&A)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200억위안(3조6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회사채 발행 조건을 완화하는 동시에 △보험회사의 무보증 회사채 투자 허용 △외국계 은행의 은행 간 채권거래 시장 참여 허용 등 시장 활성화에 나선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제고 지시로 은행들의 채권 발행도 크게 늘고 있다.

경기부양 자금수요가 큰 상황에서 은행 대출에 의존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도 회사채 시장 육성 배경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4조위안(720조원) 경기부양 자금내역에 따르면 중앙정부 예산은 29.5%만이 배정됐고 나머지는 지방채와 회사채 발행,은행대출 등을 통해 조달하도록 돼 있다. 이 연구위원은 "현지 진출 외국 금융회사들로선 소비자금융 시장 진출 등 수익 다변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