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2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강원도 영월군의 섶다리마을은 산과 계곡에 둘러싸인 두메산골이었다. 2년 전만 해도 외지인 출입이 거의 없었던 섶다리마을이 붐비고 있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각지의 지자체 공무원들은 섶다리마을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온다.

"지난해 34년 만에 마을 인구가 늘었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갔던 젊은이들도 돈을 벌려고 귀향하고 있습니다. " 다하누촌으로 농촌 회생의 새 모델을 선보여 유명 인사가 된 최계경 ㈜섶다리마을 회장(45)은 21일 "동네 주민들의 소득이 늘어난 것도 중요하지만,젊은이가 늘어나는 농촌이 된 게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하누촌의 주민들은 인근 농가에서 키운 한우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다하누식당을 통해 손님들에게 바로 판매한다. 한우고기 가격이 서울의 30% 수준이다. 2007년 8월 1호점이 문을 연 섶다리마을의 다하누식당은 60개를 넘어섰다. 다하누촌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수도권에도 진출,30여개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설립 초기 10여명의 직원과 4개 식당으로 출발했던 ㈜섶다리마을은 100여명의 직원과 연매출 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다하누촌이 들어선 뒤 섶다리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요즘은 주말만 되면 5000~6000여명이 몰려들어 주차난이 빚어진다. 주민들의 소득도 크게 늘어났다. 현금이라곤 만져보기 어려웠던 마을 주민 가운데 목좋은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 월 순익이 1000만원을 넘는 사람도 있다. 중심지 땅값은 3.3㎡당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뛰었고,일부 가게는 권리금까지 생겨났다. 섶다리마을 인구는 2007년 680명에서 2008년 900명으로 늘었다. 대도시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있는 데다 이웃 마을에서 전입해 오는 사례가 많기 때문.전국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김포시에도 지난 18일 '다한우촌'이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동창들이 가게 하나 내달라고 조를 때 보람을 느낍니다. " 최 회장은 고향 사람이 섶다리마을에서 식당을 낼 때는 가맹비를 받지 않고 '다하누촌' 브랜드를 무료로 쓰도록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산전수전 다 겪은 프랜차이즈 전문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정육점에서 시작해 육가공,프랜차이즈 등 26년의 사업 노하우를 녹여 만든 게 다하누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다하누촌은 단순한 외식산업이 아니라 기업과 지역농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관광산업"이라며 "3년 안에 기업을 공개하고,2015년까지 매출 1조원 기업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국 15곳에 다하누촌을 만들고,프랜차이즈 가맹점도 3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영월=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