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법관은 20일 오후 6시 퇴근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정문을 나서다 취재진과 조우했다. 회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를 맨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신 대법관 측이 먼저 정문으로 퇴근한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고,50여명의 취재진이 시간에 맞춰 정문에서 기다렸다. 신 대법관은 논란이 불거진 지난 3월6일 이후 취재진을 피해 대법원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출 · 퇴근해 왔다.
이날 신 대법관은 포토라인에 서서 30~40초 정도 카메라만 응시하다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떴다. "심경이 어떠냐""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입을 굳게 다문 채 정면만 응시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잦아들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이제 (질문을) 다하셨나요. 목이 아파서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뒤 걸음을 뗐다. 그는 "가겠습니다"란 한마디를 더 던지고는 승용차에 올랐다.
대법원 관계자는 "집 앞에서 밤낮 없이 지키고 있는 취재진 때문에 가족이 힘들어 해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스스로 부끄러울 게 없고,칩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수도권의 부장판사는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3월6일 자신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자 "법대로 하라고 한 것을 압력이라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자진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힌 뒤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