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있는 미국의회도서관은 책 2600여만권,논문 3300여만편을 소장하고 있다. 서고(書庫) 길이만 950㎞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도서관이다. 본 건물 3개 외에도 대형 서고 5개를 추가로 지었으나 하루 1만여점씩 밀려드는 자료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대영도서관(책 1370여만권),독일 라이프치히도서관(1430여만권),프랑스국립도서관(1300여만권)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앞으로는 더 문제다. 책,논문뿐 아니라 영상자료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공공 · 대학도서관들이 디지털 도서관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책과 자료를 스캔해 컴퓨터에 저장하면 보관 관리는 물론 이용도 훨씬 편리해진다. EU(유럽연합)는 지난해 11월 디지털 도서관 '유로피아나'를 열고 유럽 지역 1000여 기관과 단체의 자료 300여만건을 온라인 서비스하고 있다. 유네스코 본부도 '월드 디지털 도서관'을 최근 개관,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유럽 대형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460만건의 책과 영화 그림 사진 등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고대 중국과 페르시아의 글씨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초기 사진에 이르기까지 희귀본들도 포함돼 있다고 하니 학문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아예 1만4000여곳의 모든 미국 도서관 소장 자료를 통째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도서관 '디브러리(www.dibrary.net)'가 25일 문을 연다. 지상 3층에 지하 5층,건물면적 3만8014㎡(1만1500여 평) 규모다. 이곳에선 온라인으로 국내 학술정보 1000만건,해외정보 7200만건,국내 정책 자료 등 전문정보 3400만건 등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해외정보는 미국의회도서관을 비롯 세계 700여개 도서관 · 기관과 연계해 제공하는 자료라고 하니 이용자들로선 참 편하게 됐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과 자료를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라 인류의 정신 유산이 집결된 '지식보물창고'다. 부정확한 정보가 난무하는 요즘 도서관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디지털도서관 개관을 계기로 우리 도서관도 학문연구와 자기계발의 산실로,또 생활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를 폭넓게 갖추고 독서지도 문화행사 등을 통해 문턱을 더 낮춰나가야 할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