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유상증자 청약에 26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2007년 삼성카드가 증시에 상장할 당시 공모주 청약자금 17조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신주 발행가가 시세보다 20% 이상 낮아 부동자금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천 송도 · 청라지구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280 대 1를 넘어서는 등 시중 유동성이 고수익 투자 대상으로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대표 주간사인 대우증권에 따르면 총 6816만여주를 새로 발행하는 하이닉스 유상증자에 25조8568억원의 청약자금이 들어와 평균 36.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외국인도 해외 펀드를 포함, 6조7000억원(전체의 25.96%)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엄청난 자금이 모인 것은 하이닉스의 신주 발행 가격이 30%의 할인율을 적용해 1만350원으로,상장일인 오는 29일까지 1만3000원대인 현 주가를 유지하면 보름 만에 20%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발행 물량이 큰 만큼 경쟁률이 높아도 상당한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어 일반인은 물론 국내 기관과 외국인들의 참여도 높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청약자금은 대부분 헤지펀드 등 단기 수익을 겨냥하고 들어온 자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실시한 하이닉스의 1차 유상증자 때 투자자들이 대박을 거뒀다는 '학습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주당 5400원에 총 60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신주 상장일에 주식을 처분해도 66%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증권업계는 증시 주변에서 고수익을 기대하고 공모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대기자금이 외국인 자금을 제외하고도 2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이번 하이닉스 청약과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3개 코스닥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도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최근 인천 청라 · 송도지구 아파트 청약에 4만8000여명이 몰린 것도 이 같은 풍부한 유동성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지구 청약자들은 집값의 5~10%인 1차 계약금으로 모두 2조4000억원을 준비하고 있다.

강지연/이건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