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원 찍나요. 안 그래도 회사 망할 분위기인데요."9일 오전. 한 중견회사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화학제품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이 회사는 장초반 환율이 1430원까지 오르자 초비상에 걸렸다. 이 회사는 은행에서 만기 6개월 무역차입금인 유전스(USANCE)로 달러를 조달해 제품을 사들였다. 중견회사라 장기차입금은 언감생심이고 환헤지(위험회피)도 하지 않았다. 이 회사 직원은 "환율이 치솟으면 달러 빚 부담이 커지면서 회사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원·달러 환율은 6원 80전 오른 1426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장 초반에 1430원대까지 뛰기도 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7일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결과다. 외국인은 지난 4~6일에 주식과 채권을 1조5217억원어치를 투매했다.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은 국내 시장을 등지고 있다. 계엄 사태 직후인 4~6일에 외국인은 증시에서 1조11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KB금융(순매도 3329억원), 삼성전자(2843억원), 신한지주(1014억원), 현대자동차(914억원), 기아(492억원) 등 금융주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투매했다.이 같은 투자자 이탈은 환율 고공행진과 자금시장 냉각을 불러오는 등 한국 경제 곳곳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국채도 던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4~6일에 3년 국채선물을 5106계약(액면금액 5106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 순매도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면서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기업도 달러가 오름세를 이어가자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달러 자금을 시장에 푸는 것을 꺼
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적 혼란이 커진 가운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다.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다. 지난 8월 5일 당시 '블랙먼데이' 당시 기록했던 2386.96보다 낮은 수치다.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 후 첫 거래일인 4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개인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홀로 886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907억원, 1006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하락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15.33% 급락하며 153만5000원에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 기록했던 최고점 240만7000원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90만원 낮아진 셈이다. 그 외 POSCO홀딩스(-4.52%), 삼성물산(-3.81%), 기아(-2.95%), KB금융(-2.93%), 셀트리온(-2.78%), NAVER(-1.47%), 삼성전자(-1.29%), 현대차(-1.23%)도 하락했다.코스닥은 전장 대비 34.32포인트(5.19%) 밀린 627.01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도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계엄 사태 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은 3013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49억원, 1001억원을 순매수했다.코스닥 시총 상위주는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펄어비스(-7.92%), 엔켐(-7.74%), 클래시스(-7.72%), JYP엔터테인먼트(-7.32%), 레인보우로보틱스(-7.3%) 알테오젠(-6.86%), 휴젤(-6.79%), HPSP(-6.32%), 리가켐바이오(-5.44%), 리노공업(-3.83%)이 모두 하락했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