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해 7월 가격 조정 이후 10개월 만에 사상 최대폭의 철강제품 가격 인하를 조기 단행했다. 감산만으로 최악의 불황을 견뎌내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제품별로 10~20% 정도 가격을 낮춰 판매량 확대에 나선 것이다. 불황 탈출을 위한 포스코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산만으론 한계"

포스코가 예상보다 빨리 가격을 낮춘 것은 국제 철강제품 시세가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고육책이다. 국제시장에서 열연강판 가격은 최근 t당 5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포스코의 기존 열연강판 판매가격(t당 85만원)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왔다는 얘기다. 작년 12월 사상 첫 감산 조치에 들어간 뒤 매달 20만~30만t의 감산을 지속해 왔지만,생산량을 더 줄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지켜내기 어려운 속사정도 한몫했다.

추가 감산이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코 제품의 추가 수요 창출을 위한 조치로 가격 인하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이번 가격 인하를 통해 제품 판매량을 늘려 75~80% 수준에 머물렀던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주 브라질 등의 광산업체와 각국 철강업체간 원료가격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원료값 하락에 따른 포스코 철강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도 크게 작용했다. 포스코는 최근 원료업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철광석 가격을 전년 대비 50%가량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철강업체들의 덤핑 수출 공세도 포스코의 조기 가격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JFE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열연강판,철근 등을 중국산보다 최대 30% 싼 가격으로 한국에 밀어내면서포스코를 압박해왔다. 포스코는 가격인하로 연간 2조70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포스코 주식은 매출 감소 우려를 반영해 5% 가까이 떨어졌다.

◆철강재 '가격인하 도미노' 예고

포스코의 철강재 가격인하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다른 주요 철강업체들도 잇따른 철강재 가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고로에서 직접 쇳물을 생산,가격경쟁력이 뛰어난 포스코가 다른 철강업체들보다 싼 값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국내 철강업체들도 자의반 타의반 시장의 가격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 탓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포스코 철강재 가격이 기준가격으로 통용되고 있다.

t당 141만원까지 올랐던 후판을 올 들어 두 차례나 인하해 현재 92만원에 공급하고 있는 동국제강은 조만간 포스코의 철강재 값에 맞춰 10만원가량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역시 현재 t당 88만원인 열연강판 가격을 대폭 내릴 가능성이 높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미 가격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에 또 가격을 낮출 이유는 없지만,철강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가격인하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철강재 가격인하로 전자 자동차 조선업체 등 수요회사들은 원가 비용을 최대 10~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