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우회상장 및 탈세 기법은 코스닥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머니게임의 양태를 띠고 있다.

천 회장이 코스닥 상장기업인 세중나모인터랙티브(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인수한 것은 2003년 6월이다. 당시 천 회장이 공식적으로 보유한 지분은 9% 수준이었다. 검찰은 천 회장이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위장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인수 후 주가상승때 매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것이 확인된다면 천 회장은 양도소득세를 탈세한 셈이 된다.

코스닥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상당수 기업 사냥꾼들은 흔히 위장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가 회사를 인수한 뒤 M&A를 재료로 주가가 급등할 때 팔아 차익을 남긴다"며 "이 돈으로 빌려 쓴 기업 인수대금을 갚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천 회장은 이어 2006년 4월 비(非)상장사였던 세중여행사를 세중나모인터랙티브에 합병시키고 회사 이름을 세중나모여행으로 변경했다. 세중여행사는 삼성그룹의 해외 출장 업무를 도맡아서 처리하는 여행사였다.

당시 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비상장기업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껍데기뿐인 상장기업을 산 뒤 비상장기업과 합병시키는 이른바 '우회상장'이 절대 아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부분도 여행 부분과 함께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천 회장은 2007년 말 이런 약속과 달리 물적 분할을 통해 SW 사업부분을 세중에스앤씨란 회사로 넘겨버렸다. 시장에서 우회상장이라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2006년엔 코스닥시장에서 여행사의 우회상장이 테마를 이뤘다"며"오너들이 우회상장이 아니라고 항변해도 시장에서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기업공시를 살펴보면 천 회장은 우회상장을 전후해 회사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대거 부여했다. 검찰은 이 스톡옵션의 일부가 천 회장이 직원명의로 차명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천 회장은 이어 2007년 4~11월 사이에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주당 6000~1만2000원에 모두 218억원어치를 매각했다. 당시는 이명박 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라 MB테마주였던 세중나모여행 주식이 급등세를 탈 때였다. 검찰은 이 주식들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측이 내세운 대리인들이 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이들 주식은 시간외거래를 통해 KTB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주로 넘어갔다.

그러나 2008년 10월 천 회장의 장남인 세전씨가 돌연 세중나모여행 주식 11만9000여주를 평균 3797원에 되사들였다. 이에 따라 세전씨의 지분율은 9.9%에서 11.8%로 뛰었고,세전씨는 지난 3월 세중나모여행의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또 세전씨가 대주주인 세성한운도 같은 해 9~10월 이 회사 주식 9만8000여주를 매입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천 회장 측이 2007년 주식을 박 회장 측에 고가에 넘겼다가 2008년 다시 헐값에 되받는 방식으로 편법증여 및 경영권 승계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