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아래에서도 휴대폰 액정 화면이 선명하네."

"PMP(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 두께가 이렇게 얇아."

LCD(액정표시장치) 대신 AMOLED(능동형 발광다이오드)를 액정 화면으로 채용한 소형 IT(정보기술) 기기들을 처음 접한 소비자들은 대개 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AMOLED는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별도의 광원(光源)이 필요한 LCD와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광원을 따로 붙일 필요가 없는 덕에 제품의 두께를 줄일 수 있고 전력도 덜 먹는다. 색감면에서도 LCD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보이고 햇볕 아래에서 화면이 흐려지는 LCD의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큰 사이즈의 제품을 만들기 어렵고 수율(전체 생산된 제품 중 불량이 없는 제품의 비율)도 LCD보다 떨어진다. 주요 IT업체들이 일부 고급 제품에만 AMOLED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IT 경기가 침체되면서 AMOLED의 확산 속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이 제품의 중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00만개였던 AMOLED 패널 수요는 2011년까지 1억19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열린 세계 최대 통신전시회인 'MWC 2009'에 내놓은 휴대폰들의 공통점은 액정화면이다. 전 출품작에 LCD 대신 AMOLED를 적용한 것.시장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적인 포석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인기 제품으로 '울트라 터치폰'을 들 수 있다. AMOLED 화면에 특수 강화유리,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출시 전 선주문이 180만대에 달했을 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세계 최대 크기인 3.7인치 AMOLED를 채용한 I8910 모델도 호평을 받았다. HD(고화질)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그밖에 음악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비트 에디션',모바일 프로젝터를 탑재한 '햅틱 빔' 등이 AMOLED로 관심을 끈 제품으로 분류된다.

회사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AMOLED'라고 판단했다"며 "올해 출시되는 풀터치스크린폰 중 액정화면에 AMOLED를 쓴 제품의 비중이 50%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도 AMOLED 휴대폰 모델을 점차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에 출시한 'DMB폰'과 12월에 나온 '프랭클린다이어리폰'에 AMOLED 액정을 탑재했다. 회사 관계자는 "영상통화,게임,DMB 시청 등을 즐기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에 AMOLED를 넣는다"며 "어느 방향에서나 시야각이 거의 일정해 여러 명이 동시에 영상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MP3플레이어업체 중에는 아이리버가 AMOLED 채용에 적극적이다. '클릭스''클릭스 플러스''스핀''피플 P20' 등이 AMOLED를 쓴 모델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 나온 제품들은 음악뿐 아니라 전자사전,DMB,동영상 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며 "작은 화면을 통해 영상을 즐기도록 하려면 화질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해 AMOLE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카메라에도 AMOLED를 쓴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최근 내놓은 122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 'VLUU WB1000'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1~2년 동안은 소형 제품은 AMOLED,대형 제품은 LED(발광다이오드)를 광원(光源)으로 쓴 LCD로 나뉘어 신제품이 쏟아질 것"이라"이라고 밝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