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미국과의 대화 의사가 없다며 독자적인 핵능력 강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미 행정부의 100일간 정책동향에 대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선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우리는 이미 밝힌 대로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질의응답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를 변함없이 적대시하는 상대와 마주앉아 봤자 나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가 최근 국방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은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결코 그 누구의 주의를 끌어 대화나 해보자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처럼 '핵카드'를 계속 거론하는 이유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6자회담 불참 선언에 이어 미국 여기자 2명의 재판 회부 등 미국과 양자회담을 겨냥한 일련의 행동이 미국으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자 (북한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며 "겉으론 미국과 대화는 없다고 하지만 속내는 핵카드 등을 통한 조속한 북 · 미대화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 대표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방한한 것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면서 "북한과 양자 및 다자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는 "대북 적대정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