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석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성리학 등 후대의 유학은 공자와 맹자의 말에 각주를 다는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학에서도 이런 칭송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피터 드러커다. 2005년 사망한 그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만든 사람이다.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다음 달 16,17일 그의 정신을 기리는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포럼이 열린다.

이후에 경영학은 전략 마케팅 조직관리 회계 재무 리더십 등으로 쪼개져 꽃을 피웠지만 드러커의 수많은 저작을 훑어보면 그가 그 대강을 언급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렵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교과서의 발명이었다'는 그의 탁견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박학다식도 빼놓을 수 없는 드러커의 특징이다. 혹 공사장에서 쓰이는 안전모를 누가 발명한 줄 알고 있는가? 정답은 《이방인》을 쓴 알베르 카뮈다. 놀라운 것은 카뮈가 안전모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아니라,드러커의 책에서만 그 사실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하기야 동양화와 서예에까지 조예가 있었던 그였으니.

탄생 100주년 포럼 준비에 참여하면서 지금 이 시대 드러커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일찍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성과를 보인 '기업가 정신의 나라'라고 불렀던 그가 살아 있다면 우리 경영자들에게 어떤 화두를 줄까. 그가 1954년에 쓴 기념비적인 책 《경영의 실제》에 그 화두가 살아 있다.

드러커는 경영자들이 스스로 자주 물어야 할 다섯 가지를 꼽았다.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우리의 고객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우리 사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우리 사업은 어떻게 돼야만 하는가'.

5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정말 중요한 질문들 아닌가. 이후의 경영학은 바로 이 다섯 가지 화두를 나름대로 풀어 쓴 것들에 불과하다. 업(業)의 정의,그리고 고객만족 경영에서 고객가치 혁신,시나리오 경영,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이후 경영의 핵심 이슈들이 이 질문에 다 들어 있다.

경제 위기 한복판에서 이 시대의 경영자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통계를 보면 경제가 살아난다 하고,저 사례를 보면 아직 멀었다고들 한다. 이럴 때는 큰 생각에 의지하는 방법도 좋다. 경영의 원칙을 다시 짚어 보고 나름의 방향을 세우는 일이 요긴하다.

다섯 가지도 많다. 맨 처음 질문 하나만 5월의 화두로 삼아 보시라.'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지역과 업종을 넘어선 초경쟁의 시대,회사의 나아갈 길이 이 질문에 들어 있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