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인 박모씨(38)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형제 모두 20대 후반부터 M자형 탈모 증세를 보이는 집안의 장남이다. 선을 봐도 번번이 딱지를 맞고 친구들로부터도 나이 들어 보인다는 놀림을 당해왔다. 자포자기한 터에 올초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30대 초반의 막내가 모발이식 수술을 받고 몰라보게 인상이 좋아진 것.수술 전엔 효과를 미심쩍어했으나 동생의 달라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자 더 늦기 전에 젊음을 되찾고 싶었다.

지난 1월 셋째 주 금요일에 휴가를 내 동생이 수술받은 서울 신사동 포헤어모발이식센터에서 1000모낭 정도를 이식받은 뒤 월요일 회사에 출근했다. 이식받은 부위가 앞머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기존의 수술과 달리 얼굴이 붓거나 통증도 없었다. 최근 이식부위에서 일시적으로 빠졌던 머리카락이 하나둘씩 살아나면서 자신감마저 생겼다.

포헤어모발이식센터는 이규호 · 강성은 · 박은상 전문의가 '콜 모낭채취 테크닉'(CIT)을 도입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모발이식 전문 클리닉이다.

CIT는 미국 애틀랜타주 포헤어모발이식센터 수석 원장인 존 콜 박사가 창안한 모발 이식기법이다. 뒤통수 머리카락을 두피째 떼어내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모낭만 뽑아 이식하기 때문에 흉터를 남기지 않고 종전보다 배 이상 촘촘히 모발을 이식할 수 있다.

모낭은 머리카락이 2~3개 들어 있는 작은 주머니.기존 모낭 채취 기구는 깊게 박히고 모낭을 정확히 수직으로 집어내지 못해 손상이 많이 가는 반면 미국 특허를 받은 CIT기구는 전자감지기가 달려 있어 적당한 깊이로 들어가 족집게처럼 모근이 달린 모낭을 끄집어내 더 좋은 이식 효과를 낸다.

이 센터는 지금까지 150여명에게 모발이식수술을 시행해 모낭 손상률 3% 이하,모낭 생착률 95%가량의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규호 원장은 "CIT로 1000모낭 정도 이식하면 20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난다"며 "의사를 포함한 4명의 수술팀이 고도의 집중력과 숙련된 손놀림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시간은 4~6시간,경우에 따라 10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시술 비용은 모낭당 7000원 정도다. 이 병원은 모발이식으로 인한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무균설비 공기청정시스템과 살균용 에어샤워 등도 갖추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