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평소 2200만명의 시민들이 북적대는 곳이지만 최근SI의 공포에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전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외출을 꺼린 탓이다.

28일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인플루엔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박물관 극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폐쇄하고 교회 행사를 포함한 공식 행사도 연기했다.

초중고교에 이어 대학교에도 휴교령을 내렸다. 거리에는 파란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군인들이 마스크를 나눠주는 모습만 눈에 띌 뿐이다. 상점들은 문을 열었지만 물건을 살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은행 상점 대중교통 등 생활과 밀접한 시설은 아직까지 폐쇄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시티시장은 "보다 광범위한 폐쇄 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기업체들과도 휴업이나 근무시간 단축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모이는 곳은 병원과 슈퍼마켓이다. 약간의 감기 증상에도 SI 감염이 아닐까 불안해 하는 사람들로 병원은 초만원이다. 로이터통신 따르면 약국에선 마스크가 동나고 정부 비축분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30억달러를 벌어들인 멕시코 관광산업도 위기에 처했다. 독일 최대 여행사인 TUI와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멕시코 여행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했다.

한편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출장 금지와 조업시간 단축 등 대응 조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에서 생산 · 판매법인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멕시코 출장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160여개 국내 기업 가운데 일부는 직원 가족을 귀국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동형 KOTRA 멕시코시티센터장은 "28일 현재 국내 기업 가운데 SI로 인해 조업을 중단하거나 사무소를 폐쇄한 사례는 없다"며 "하지만 SI의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 중 일부가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혔다. 포스코는 멕시코시티 자동차 강판 공장 준비팀의 조업 시간을 일부 단축키로 했다.

박동휘/조귀동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