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노스님들에게 듣고 기록해둔 북한의 절 음식에 대한 자료를 묘향산 보현사 주지 청운 스님(73)에게 보여주니 금세 감회에 젖더군요. 한국전쟁 전만 해도 수많은 스님들이 수행했던 보현사에서는 염불과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절 입구에 들어서면 디딜방아 찧는 소리와 전 부치는 냄새가 온 산에 퍼져나갔던 시절이 그리웠던 것이죠."

40년 가까이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세상에 알려온 정산 스님(63 · 사진)이 북한의 절 음식 60가지를 소개한 《북한 사찰음식》(다할미디어 펴냄)을 출간했다.

"범어사 행자 때 명허 스님 등이 일러주신 북한의 절 음식에 대해 기록은 해 두었으나 실제로 북한 땅을 밟아보지 않고서는 남들에게 전할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2007년 5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일원으로 방북했을 때 광법사 보현사 등을 방문할 수 있었죠."

정산 스님에 따르면 북한의 사찰음식은 남쪽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음식재료로는 감자,옥수수,메밀,수수,콩,녹두,버섯,산나물,잣,고욤 등을 많이 쓴다. 밥을 해도 옥수수,감자,수수,콩 등을 많이 섞고,감자두릅밥처럼 밥을 볶다가 짓는 독특한 방식도 있다고 한다.

"북한 사찰음식은 특히 양념이 단순해요. 추운 지방이라 소금과 고춧가루를 적게 넣어 슴슴한(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는 뜻의 북한말) 맛이 일품이죠.이에 비하면 남한의 음식은 너무 변했어요. 이북 음식이 자연에 가깝고 순수하다면 남한 음식은 영양,양념 등 모든 게 과포화상태예요. 사람으로 치면 액세서리를 너무 많이 단 것처럼 말이죠."

특징적인 북한 사찰음식으로는 유점사의 '배추식해김치'를 들었다. 혹한의 겨울을 나야 하는 산중 사찰의 특성상 비타민 섭취를 위해 김치 속을 만들 때 배추,무,메주,도라지,더덕,우엉,연근,통깨,생강,엿기름,고춧가루 등을 다양하고 푸짐하게 넣는다는 것.유점사의 김치식해가 민가로 내려오면서 명태 · 가자미식해로 바뀌었다고 한다.

책에는 밥을 한 그릇에 담는 국수원밥숭이를 비롯 송이잿불구이,법성게전,도라지식해,곰취두부쌈,칼국수 · 가래떡 등 다양한 북한 사찰음식의 조리법과 영양성분,효과 등을 소개하고 있다. 1981년부터 서울 인사동에서 사찰음식 전문점 '산촌'을 운영하고 있는 정산 스님은 "사찰음식이 새삼 각광받는 것은 너무나 풍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라며 "영양이나 맛보다는 수행과정의 하나로 음식을 만들고 먹었던 사찰음식 본래의 뜻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